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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벗어날 때.

시대를 벗어날 때.

어제와 오늘을 비교하면, 오늘이 새로운 시대일 것이고, 오늘과 내일을 비교하면 내일이 새로운 시대일 것이다.

우리는 이런 말장난에 새로운 시대를 걸어서는 안된다.

한국 사회가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가는데 앞장서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키워드를 버려야 한다.

'산업화' 와 '민주화'

엄밀히 이야기하면 위의 두 키워드는 그 자체로의 가치를 가지기 전에 '세력'이라는 어미와 같은 말이 붙었을 때 실체가 확실해진다.

그렇다면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은 우리 사회가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가는데 어째서 버려야하는 것들인지 알아보자.

우선 민주화.

한국은 87년 6월 항쟁을 기점으로 제도적 민주주의는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역사 속에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등장한지 약 40년이 지난 시점에서 민주화가 달성되었다는 것은 한편으로 씁쓸한 일이고, 또 다른 측면에서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겠다.

애초에 우리가 직접 쟁취해낸 것이 아니었기에, 2번의 쿠데타의 결과로 다시 찾은 민주주의의 색깔은 그 어느 때보다 명롱했다.

그리고 그 때 '민주화'는 끝났어야 했다.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것을 그만두자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물건이 아니다. 유체물이 아니라 무체물인 이념을 우리가 유체화시키기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인데, 지금 한국 사회에서 '민주화 세력'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자신들이 가진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민주화 세력에 대한 존경을 숨길 수 없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그들이 과거의 반독재 세력에 대항하는 논리로 지금의 민주주의 체제 내에서도 같이 투쟁한다면 그들은 반발심을 살 수 밖에 없다.

산업화 세력이 이야기하는 , 민주주의는 달성되지 않았느냐, 라는 질문에 일일이 대답하는 것 자체가 그들의 프레임에 걸려드는 것인데 그들에게 그런 호사를 누리게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민주화 세력은 자신의 길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새로운 민주주의를 청해야 한다. 연구가 부족하다면 연구를 하고 사람이 부족하다면 사람을 충원해야할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내가 그런 새로운 민주주의를 주창하지 못한다는데 자괴감이 든다. 그 자괴감을 죄책감으로 바꾸지 않기 위해서 개인적으로는 노력하고 있지만 그 결실이 언제 이뤄질지는 확신할 수 없다.

다음은 산업화 세력.

박정희-전두환 연간에 한국이 산업화에 성공했고 그리고 지금의 한국 경제를 이룩했다. 맞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이 행했던 산업화는 지금의 산업화와 다르다. 한국 전쟁 이후 베이비 붐 세대들이 자신들의 젊음을 걸고 대한민국의 산업화에 열정을 쏟았을 당시와 지금은 다르다.

가발을 만들고, 신발을 만들고, 자동차를 만들어서 외국에 파는 것이 더이상 한국의 산업에 주축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경제성장'이라는 것을 외치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지 알아야만 할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산업화 가능할 수도 있다.  

지금 보수언론들이 이야기하는대로 1년이나 2년동안의 국민들의 고통 감내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지금 한국의 모든 공장을 다 부수고 그러한 기간동안 국민들이 고통을 감내해내고, 그 다음에 다시 공장을 세운다면 그들이 말하는 '산업화'는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 산업화 역시 종결되었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우리가 획득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은 높아야 3% 가 될 것이고 그것도 기적과 같은 일이 될 것이다.

이웃나라인 중국에서 보여지는 경제성장률은 우리에게는 요원한 단어일 뿐이다. 그것의 환상에 빠져서는 안된다.

여기서, 또 내가 안쓰럽게 생각하는 것은, 어떤 산업을 발전시켜야 하고 국민들로부터 동력을 얻게 만들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대답을

내가 하지 못한다는 것이 안쓰럽다. 역시 공부와 성찰과 통찰이 필요할 것이다.

 

마무리하면.

한국 사회가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버려야 한다.

그 세력또한 그들이 가진 기득권으로서의 의미를 버리고 유체화된 권위를 풀어야 한다.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세대 중 한 명으로서 이제는 다같이 노력하지 않으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결국 나도 허망한 말로만 글을 끝내는 것이 안타깝고 한스럽다.

그래도 한가지는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다.

세상은 진보한다. 이말은 내가 20살이 넘은 시점부터 지금까지 내 스스로에게 걸고 있는 주문과도 같은 말이다.

시대를 벗어나 새로운 시대로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