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 다가오면서 불안해진다.
아무렇지 않은 듯 독서실 자리에 앉아있다가도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하고 다리가 저리기도 한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지만 나는 대선 때 꽤 많은 노력을 했다.
진정으로 지지하는 후보가 생겼고, 그를 응원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실패로 끝났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시험은 다가오고 있었지만 12월 19일 이전까지의 시간은 내게 꽤 깊은 도수의 술을 내 몸에 퍼부운 듯하게
몽롱하고 또 명쾌하게 살아 있었다.
지금은 이제 불안함만 남아있다.
잠들지 못하는 밤이 지속되고 아침이 오는 것이 괴롭기도 또 해질녘의 노을을 피해보기도 한다.
몇 일뒤면 한국 나이로 29세.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경제력도 없고 능력도 없다.
내 시간이 더 가치있게 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고민해보고 또 고민해보고 성찰해보고 또 성찰해본다.
가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안에 쳐박혀서 이불을 부여잡고 누워있으며 세상과 단절된 하루를 살아보기도 하지만
원래 성격이 외향적인 나는 결국 다시 그 문을 박차고 나오고 만다.
그래도 혼자 가만히 누워 꿈 속에서 모든 곳을 가보고, 모든 사람을 만나보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그 시간이
소중한 것은,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오늘 하루도 길었고
내일하루도 길 것이다.
내년 새해는 속초나 가서 바다나 볼까 생각해본다.
한번도 본 적 없는 동해안을 봐야겠다.
그리고 더 크게 생각해야겠다.
시험은 다가오지만 내 삶은 계속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