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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해도 괜찮다.

운전면허를 갓 딴 뒤였다. 운전학원을 다니지 않고 아버지로부터 운전을 배웠기에 몇 번의 불합격을 겪은 뒤 딴 운전면허라 갓 20살의 나는 한껏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운전 실력은 사실 별볼일 없었다. 별볼일 없다는 수준을 넘어 아버지의 트럭 곳곳을 다치게 할 정도였다. 아버지께서는 사람만 치지 않으면 되니 차 걱정은 하지 말고 편하게 운전하라 하셨다. 


아버지를 조수석에 태우고 어딘가 갈 일이 있는 날이었다. 아버지께서 운전을 하시면 빠르고 안전하게 갈 수 있었지만 아버지께서는 첫째로 아들이 운전을 하는 것을 뿌듯해하셨고, 둘째로 운전은 계속 해봐야 한다 하시며 열쇠를 나에게 건네주셨다. 이날도.. 나는 후방주차를 하다 오른쪽 깜빡이를 박살내어버렸다. 아버지께 죄송했고 차에게 미안했다. 볼일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운전을 할 자신이 없어져버렸다. 사고를 낸 직후라 긴장도 많이되고 또 다시 사고를 내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이 강하게 남아있었다.


"아버지, 돌아갈 때는 아버지께서 운전해서 가시죠?"
"아니다. 현우가 운전해서 가자."
"아까 사고 내서 운전하기 좀 그런데요."
"누구나 사고는 낼 수도 있다. 사고 한 번 냈다고 운전하기 힘들어하면 안되지. 앞으로 운전은 평생 해야하는건데, 사고를 내도 다시 시도해보고 그래야하지 않겠나?"


결국 다시 내가 운전을 해서 집으로 돌아왔고, 오는 길은 평소보다 더 안전하게 운전하려고 노력했다.


시간이 흐르며 몇몇 일들을 겪으면서, 아버지의 저 말씀이 계속 떠올랐다. 사람은 누구나 사고를 낼 수도 있다. 그리고 누구나 실패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패를 했다고 해서 다시 그것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실수 한 번, 실패 한 번에 자신의 가능성을 막아버리거나 지레 겁먹어버리면 아무것도 도전할 수 없고 또 그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도 사라져버린다.


살아가는 건 분명 힘든 일이다. 원했던 방향대로 순탄히 나아가는 인생이란 없다. 그렇다고 자신이 하는 일을 포기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것이 살면서 꼭 필요한 일일 수도 있고, 필요하지도 않고 돈도 되지 않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인 경우도 있다. 실수하고 실패하고 사고를 쳐도 삶은 이어진다. 이어지는 삶 속에서 한 번 실패했다고 그것을 포기해버리면 누구보다 안전한 삶을 살겠지만, 그러한 삶을 원하지 않았던 과거의 자신에게 부끄러워질 것이다.


작년, 운전으로 먹고 살았던 1년 간 사고를 '거의' 내지 않고 빠르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었던 것은 20살 때 운전을 처음 배울 때 아버지의 말씀 덕분이었다.


누구나 처음에는 실수를 하고, 그 실수는 크게 느껴지는 법이지만 전체로 봤을 때 초반의 실수가 큰 실패를 막는데 도움도 된다. 그러니 실패하고 실수해도 너무 쉽게 그만두거나 포기하지 말자. 무조건 포기하지 않는 것도 항상 옳은 답은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