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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단절된 세대

역사와 단절된 세대 2013.4.22


어려운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역사" 니 "단절"이니 이런 단어를 쓴 것에 대해서는 매우 죄송스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딱히 한 문장으로 나타낼 수 있는 단어들이 떠오르지 않아 선택했다. 그 뿐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역사와의 단절'이다. 여기서 '역사'란 우리가 교과서라던지 뉴스의 '역사문제' 등의 내용과는 다른 뉘앙스와 내용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의 역사란, 우리 사회가 가진 역사성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우리는 '전통'을 만들지 않는다. 


"전통을 만들지 않는다"?


그렇다. 우리는 전통을 만드는 데 익숙한 사회가 아니다. 본인은 미국을 가보지 못했지만, 미국의 역사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짧아서 그들에게 유물이라는 것은 아메리카 원주민(흔히들 인디언이라고 부르는)의 유물들이거나 아니면 미국이 독립하기 전후의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그들의 이야기와 소소한 컨텐츠들을 그들은 '역사'와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들먹이고 있는 것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그들은 장구한 역사를 가지지 못한 대신 그들만의 역사와 전통을 새롭게 형성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아주 간단한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전세계가 주목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있다. 헐리우드 영화 산업에서의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는 아카데미 영화상의 또 다른 이름은 '오스카 상'이다. 왜 오스카 상일까? 


내가 기억하는 오스카상의 시작은 이렇다. 어떤 한 소녀가 아카데미 시상식에 놀러왔다고 한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아카데미 영화상을 떠올리면 같이 떠오르는 매우 단순한 디자인의 트로피, 그 트로피를 보고 그 소녀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어? 우리 오스카 삼촌이랑 닮았네." 


이것이 지나가던 아카데미 상 관계자와 여러 사람들의 귀에 들어갔고, 그 시작이 "오스카 상"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게 된 이유가 되었다. 


본인이 이 이야기를 왜 적는가. 


그것은 바로, 과거의 어떤 사소한 일이라도 그들의 역사 속으로, 전통속으로 담아내려는 역사가 짧은 미국인들의 처절함을 읽어낼 수 있음과 동시에 그들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그것을 전통으로 만들어버리는 능력에 대한 소회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역사가 짧다고 할 수 있지만 유럽은 어떤가. 


유럽은 근대국가의 형태를 완성했던 '베스트팔렌(웨스트팔리아)' 조약을 작성한 1648년 이후, 또 그 이전 세계의 대제국이었던 로마의 역사유물 등 많은 역사 건물들과 전통들이 남아있다. 하지만 사실 이들의 역사도 가만히 살펴보면 그다지 깊은 역사를 담고 있지 못하다. 


역사 자체로만으로 그들을 평가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으니, 그들이 숭앙해 마지 않는 몇몇의 전통들을 사례로 들어보자. 


로마 바티칸에는 스위스 근위병들이 있다. 로마에 관광을 간 사람들은 스위스 근위병들의 멋진 용모와 절도 있는 행동들을 알게 됨과 동시에 '전통적'으로 로마 바티칸의 방위는 스위스 근위병들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전통"?


전통이라고 하기에는, 그 역사가 너무도 짧다. 스위스는 지속적으로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프로이센 및 오스트리아에 의해서 많은 참견과 간섭을 받아왔다. 1815년 중립국으로서 그들의 지위가 마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외부 세력들의 간섭에 스위스의 경제는 파탄 직전, 아니 이미 파탄이 나 있었는지도 몰랐다. 이런 상황에서 먹고 살기 힘들었던 스위스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오빠이자 아빠들을 다른 나라로 보내기 시작한다. 그들이 가진 것은 그들의 몸뚱아리 하나 뿐이었고 그들이 흘러들어간 곳은 로마의 바티칸이었던 것이다. 그들이 벌어들여오는 작은 수입이라도 스위스의 가족들은 그들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것이 '스위스 근위병'의 역사이다. 길어야 200년, 짧다고 하면 약 100년이 넘는 이야기가 세계 속에는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다. 


또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자, 스코틀랜드를 떠올리면 다들 '체크 무늬'를 떠올린다. 스코틀랜드의 전통 문양인 체크문양은, 마치 스코틀랜드의 독립과 그들의 기상을 드러내는 듯 하고 또 위스키와 함께 오묘한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파이프의 소리와 함께 우리가 떠올리는 스코틀랜드의 모습이  완성되는 것이다. "체크무늬"? 체크무늬 역시 스코틀랜드의 한 지역의 양치기들이 좋아하던 무늬에 불과하던 것을 스코틀랜드가 하나의 전통으로 계승시켜 그들의 전통 문화로 이어지게 만든 것이다. 


이런 사례는 무수히 많다. 일본에서도, 냉면이라는 것이 한국의 쫄면이 일본의 냉면으로 탈바꿈되었음에도 한국보다 일본의 냉면이 더 유명해진 모리오카 냉면은 일본 지역의 전통 상품으로 이어지고 있고 페루에서는 그들의 전통의상이 아닌, 스페인 정복자들의 쓰고 있던 모자를 원주민들이 쓰게 되어 마치 그들의 전통 모자인 양 변해버린 것들도 있다. 


이런 많은 사례들을 통해서 본인이 생각해야만 하고, 또 하게 된 것은 단 한가지다. 


지금 한국 사회는 '전통'이 없다. 전통이 없다는 것은 과거의 역사에 대한 무관심과 ,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서구의 문명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을 통해서 우리의 뿌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전통"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우리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TV를 틀면 국악과 관련된 방송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꿈나라에 빠진 시간대에 방송을 하고 있고, 거의 모든 음악들은 '일렉트로닉'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박자만을 반복하고 있다. 이런 중에서도 '비빔밥' 등이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는가 해서 가만히 살펴보면, 비빔밥을 외국에 수출하려 해도 그것을 한국인들이 즐겨먹는다는 것을 증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비빔밥을 먹고는 있지만, 그것이 한국의 전통적인 식사방식이라는 것을 설명하는 것은 여간 꺼림직하지 않은 일이 아니다. 양반들이 비빔밥을 즐겨 먹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비빔밥이라는 것을 전통으로 삼기에는 아직 많은 요소들이 부족해 보이긴 마찬가지다. 한복을 입는 날은 명절이거나 아니면 친척의 결혼식에 갔더니, 고모들이나 이모들이 입고 있는 옷들을 보면서, 아, 저 옷이 우리나라 전통의 의복이었지 하는 정도의 열정, 딱 그정도의 열정만이 있는 것이다. 


결론을 적어보자. 


이왕 이렇게 된 것, 우리도 전통을 새롭게 만들어보자. 과거의 전통과 단절하자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전통은 전통대로 확대하고 양산하는 것과 동시에 지금이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전통의 새로운 양식을 만들어보자. 우리가 서구화되고, 또는 세계화 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우리가 새로운 전통을 만들기에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사실 그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만약 이렇게 하면 어떨까?


어떤 한 대학에서 우리 대학에서는 앞으로 매년, 한복을 입는 날을 하루 정해 이날은 꼭 한복을 입는 것을 우리의 전통으로 만들겠다 라고 선포를 하고, 매년 그날에는 학교측에서도, 그리고 학생들도 한복을 입고 대학의 수업을 듣거나 교정을 거닌다고 하자. 그들의 그런 행동들이 10년이 지나고 100년이 지나면 그 학교의 전통이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는, 어떤 회사에서 우리 회사에서는 회사의 입구에서 서서 자신의 인사를 크게 하고 들어오는 것을 하나의 전통으로 한다고 하면, 그런 행위들이 하루 하루 쌓이고 일년 일년 쌓이면 그들의 전통이 되지 않을까?


흉내내자는 것이 아니다. 짧은 역사의 국가들, 그리고 역사적으로 많은 격변을 가진 국가들의 전통 형성과정을 따라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1948년 진정한 광복을 이뤄내고, 또 50년대 이후 한국전 이후의 한국 사회가 과거의 전통 생활양식과 생산방식 등을 포기하고 세계적 국가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면서 우리가 스스로 부정해야 했던 그런 역사적 산물에 대한 재평가와 더불어, 지금이라도 새로운 형태의 전통과 역사를 만들어 내고자 한다면 우리에게도 새로운 역사와 전통이 마치 언제 자랐는지도 모르지만 이미 불쑥 커버린 조카를 보는 것 마냥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역사와 단절된 세대는 결국 다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세대이다. 

우리가 그런 역사 창조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세계 속의 대한민국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곧 세계가 되고 또 우리나라가 결코 이 지구상 위에서 언제 전쟁 위기로 인해 존멸이 위협밥는 국가가 아니라 영구적인 문화와 국가 전통을 갖는 국가로서의 포부를 갖게 하는 시작이 될 것이다. 


여러분이 지금하고 있는 사소한 행위가 어디서부터 연유되었는지를 먼저 파악하고 난 뒤, 그것에 대한 충분한 인식을 토대로, 새로운 역사와 전통을 만들어 내는데 그 의지를 가진다면 우리는 '역사와의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p.s 다른 나라의 전통에 대해 결코 비하하려하거나 폄훼하려는 의도가 없음을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