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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키우지 말자

동물은 키우지 말자. 


어머니께서 이야기 하셨다. 앞으로 동물은 키우지 말자고. 

왜냐고 내가 물어 여쭈었다. 



집에서 키우는 개 한마리가 있다. 검은 색의 짧은 털을 가진 개인데, 아마도 꽤 비싼 종자의 개였다. 하지만 우리집에서는 가게 앞을 지키는 정도의 위상 밖에 가지지 못하고 있다. 이놈은 내가 가면 날카로운 눈으로 무시와 경멸의 눈빛을 보내곤 했다. 자주 봐야 1년에 두어번을 보는 나에게는, 주인집 아들이라는 인식보다는, 자신에게 위협을 주는 어떤 인간으로밖에 인식하지 못했던 듯 하다. 하지만 어머니는 달랐다. 


어머니가 밥을 들고 가시든 밥을 들고 가시지 않든, 어머니가 가까이 온다는 것만 느껴도 난리를 치는 것이었다. 근육마저도 검은 색일 것 같은 몸으로 온통 사방을 뛰어 다니고 기쁨의 얼굴을 지었다. 이런 모습은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차를 타고 가게에 도착하기 전부터, 차소리만 들려도 그 움직임은 시작했으나, 지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다. 난리를 난리를. 


어머니는 그 개에게 사랑을 주셨다. 항상 예쁘다 예쁘다 하셨고, 사랑한다 사랑한다 하셨다. 개는 그 소리를 알아 듣는지 듣지 못하는지 가만히 듣고서 짧은 꼬리를 흔들흔들대는 것으로 화답을 했지 않았을까. 


무엇이든 잘 먹었다. 사료를 주어도 잘 먹었고, 주변 횟집 사장님이 가져다 준 생선 뼈와 매운탕 찌꺼기를 가져다 줘도 잘 먹었다. 아버지는 사료만 먹이는게 어떻겠느냐고 하셨지만, 어머니는 사랑이 담긴다면 무엇이든 개에게 좋을 것이라며, 개를 먹여 키우셨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가게를 떠나 집으로 떠나실 때, 개는 차를 물끄러미 바라 보았다. 몸을 흔들지도, 그렇다고 꼬리를 흔들지도 않았다. 가만히,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 가만히 떠나는 차를 보고 있었다. 오히려 흔들리는 것은, 개를 향해 흔드는 어머니의 손 뿐이었다. 


이런 개가 어느날 갑자기 죽었다. 병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꽤 나이가 들었다고 해야할 것이었다. 개는 그렇게 조용히 자신의 몸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갔지만, 어머니는 그렇지 못하셨다. 슬퍼하셨다. 슬퍼하셨다. 개가 죽은 것이 마치 당신의 잘못인양 슬퍼하셨다. 그러고선 이야기하셨다 


앞으로 동물은 키우지 말자고. 


사람보다 먼저 떠나버리는 동물은 키우지 말자고 하셨다. 떠나는 것과의 관계에서 느껴지는 슬픔에는 익숙해지지 않으신다고 하셨다. 개는 그렇게 어머니 곁을 떠났지만, 어머니는 떠난 개를 가슴 속에 안고 계셨다. 그리고 나는 어머니의 그 모습만으로도 슬펐다. 


어머니는 앞으로 동물을 키우지 말자고 하셨지만, 아버지는 또 어디선가 개들을 데리고 오셨다. 한마리를 데리고 오시곤, 또 한마리를 데리고 오셨다. 

두 마리 개가 새끼를 낳아 어느 샌가 8마리 정도가 되었지만, 아버지는 그 개들을 어디론가 보내시지 않으셨다.


강아지들의 아버지는, 어디론가 가버렸고 어미와 새끼들은 그들의 인연이었던 탯줄이 끊기고 난 뒤에도, 어미의 젖으로 그 연결을, 인연을 확인했다. 아버지는 나에게 모성애라는 사진을, 수척해버린 어미개의 사진을 보내오셨고, 어머니는, 언제 또 그랬냐는 듯이 새끼 강아지들을 보면서 행복한 얼굴을 보이셨다. 


몇마리의 개가 분양되어 나갔고, 집에는 그 개들 중 한마리만 남았다. 어미와 떨어지기 싫어하는 새끼 강아지들은 그렇게 또 어디론가 자신의 새로운 인연을 찾아갔다. 


어머니는, 항상 그랬다.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으셨다. 눈물을 흘리시며, 앞으로는 동물을 키우지 말자고 하셨지만, 그래도 새롭게 동물이 오면 그 동물을 사랑으로 대하셨다. 그런 사랑 속에, 나는 자랐는지도 모른다. 아버지께서 보내주신 '모성애'라는 이름의 사진 속, 수척해진 개는 나의 어머니일지도 몰랐다. 


나는 그 어머니의 젖을 아직 먹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고, 어머니는 그러면서도 나에게 사랑한다 사랑한다 말하고 있으실지 몰랐다. 다만 내가 그것을 듣는 것을 잊은 것은 아닌지, 개마저도 알아 들을 수 있었던 어머니의 사랑을, 나는 사람의 귀를 가지고 듣지 못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어머니는, 앞으로 동물은 키우지 말자고 하셨지만, 여전히 동물을 사랑하셨고, 꽃을 사랑하셨고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사랑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