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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은 기자회견을 멈춰라

예능은 기자회견을 멈춰라.   2013.5.7.


MBC의 '천기누설 무릎팍', SBS의 '힐링캠프' 등은 유명인을 인터뷰하는 형식의 예능 토크쇼이다.

최근 이런 토크쇼를 보고 있노라면, 이 방송 프로그램들은 '토크쇼'를 하고 있는 것인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것인지 잘 분간이 되지 않는다. 


연예인을 포함한 유명인들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쉬운 대상들이다. 그들의 삶 자체가 대중들의 사랑과 관심으로 인해 유지되는 삶이라는 측면에서 그들은 끊임없이 대중들과의 줄다리기를 통해 그들의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삶의 과정 속에서 그들은 인간으로서 저지를 수 있는 실수를 하거나, 혹은 인간으로서 저지르지 말았어야 할 매우 중대한 실수 등을 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런 실수를 자신의 치부로서 생각하면서도 또 다시 대중들에게 그들의 존재를 인식시키고 각인시켜야 하는 이중적인 존재들이다. 


이런 연예인을 포함한 유명인들은, 그들이 저질렀던 실수들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그리고 그런 기회들은 티비 프로그램 속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들이 그들의 실수나 삶의 궤적 상 드러났던 문제들에 대해서 방송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그것은 방송을 연출하는 사람들의 목적이면서, 또 대중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유명인들이 다시 사회로 돌아오고 그들의 역할을 충실히 다하도록 하는 정도의 포용력은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비 토크쇼에서 벌어지는 그런 내용의 인터뷰들은, 사실을 왜곡한다. 개인이 저지른 문제였다 하더라도 그 문제에 대한 사법적-도의적 처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송에 나와 자신은 그런 의도가 없었다는 것을, 눈물을 보이며, 호소한다. 또 상대방의 의견이 필요한 부분이 있음에도 그들은 자신의 의견만을 방송 송출권이라는 힘을 빌어 대중들에게 각인시키고 또 그것이 사실인 양 호도한다. 


예를 들어, 최홍만의 폭행사건에 대해서, '무릎팍 도사'가 다루었던 내용을 살펴보면 마치 최홍만은 아무런 죄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고의로 최홍만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 듯한 뉘앙스로 최홍만이 말을 한다. 피해자와 합의를 했다고 하는 최홍만은, '합의'가 무슨 뜻인지를 정확히 알고 한 것인지 의문이 들지만, 합의라는 것은 사법적 절차로 들어가기 전 피해자와 피의자가 일정 수준에서 사건의 해결을 도모하기로 하고, 그에 해당하는 금전적 가치를 지불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 본인은, 최홍만이 저런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방송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되는 것이다. 


최홍만은 '무릎팍 도사' 뿐만 아니라, 같은 방송사에서 방송되는 '라디오스타'라는 프로그램에 나와서도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공영방송에 나와 두번의 같은 이야기를 들은 대중들은 최홍만을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서는 조사 결과가 없으니 확신할 수 없어도, 최홍만 일방의 이야기를 사실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권력적 구조가 있음에는 틀림에 없다. 피해자(라고 추정되는)는 방송에 나와 자신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봉쇄되어 있는 일반인이기 때문이다. 


최홍만의 예 뿐만이 아니다. 그리고 이런 내용들은 '무릎팍'이나 '힐링캠프'에만 국한되는 내용은 아니다. 


각종 프로그램에서 유명인들을 모셔다 놓고, 상대방의 의견을 듣지 않은 채, 일방의 이야기를 쏟아내고 그들의 이야기에 송출권을 허락하는 시점에서 그들이 무엇을 도모하고 있는지는 확실히 드러난다. 


그들은 결국, '기자회견'은 하기 싫고, 가벼워 보이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자신들의 이야기만을 대중들이 들어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공정하게 기회를 제공하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 보이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그들이 하는 이야기가 대중들에게 전달됨으로써 그들은 다시 대중들의 관심과 애정을 회복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다른 예를 하나 들어보자. 


케이블 방송인 '비틀즈 코드'에 티아라 라는 그룹이 나왔다. 티아라 전체가 나온 것이 아니라, 유닛 단위인 '티아라엔포'라는 이름의 4명의 멤버가 나왔는데, 작년에 있었던 한 멤버의 왕따설에 관련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쏟아 낸다.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을 하지만,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는 메세지를 확실히 인식시키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그들에게 주어졌다. 진행자인 탁재훈이 이렇게 묻는다. 


"왜 그런 이야기를 여기에 나와서 하시는거죠?"


멤버중 한명이 이렇게 이야기 한다.


"MC분들이 저희에게 직접적으로 질문을 하실 수 있고, 또 그런만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들에게 질문을 해야 하는 사람은, 같은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동료 탁재훈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 기자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예능 프로에 나와 여지 없이 눈물을 보이며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왕따를 당했다는 멤버와는 충분한 이야기(40분 동안이라고 이야기하는)를 했고, 화해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누가 알겠는가. 상대방이 어떤 심정을 가지고 있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비틀즈 코드'가 그를 초대할지 하지 않을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결국 그들은 눈물로 사죄를 호소했지만, 그들이 했던 이야기는 그들의 이야기이고, 그들에게 질문했던 탁재훈은 그들에게 온정어린 충고 밖에 할 수 없는 동료로서의 한계가 있는 것이다. 


예능은 기자회견을 멈춰라. 


대중들에게 사과를 하고 해명을 할 부분이 있으면, 기자회견을 열어서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대중들은 기자들이 대신해서 해주는 질문들을 통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 것이다. 일방의 이야기만을, 눈물을 보이면서 하는 이야기는, '예능'이라는 구성 내에서 그들의 잘못을 웃음과 눈물로 어물쩍 넘어가려는 시도일 뿐이지, 문제 해결의 시작일수도 끝일 수도 없다. 


실수를 하지 않거나,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인간은 인간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인간일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잘못한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다시는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는데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그들의 이야기에 진정성을 느낄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이 하는 이야기가 결코 합의된 내용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에 있기도 하지만, 그들의 선택한 그 포맷이 결국 자신들에게 유리한 환경이라는 것, 이것이 더욱 그들의 예능 활동이 달갑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예능은 기자회견을 멈추고, 사건이 종결되고 난 뒤 충분한 시간이 지나고 쌍방 당사자의 이야기가 합의된 시점에서 그들의 내용을 송출해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비록 합의가 이뤄진 일이라도 그 합의점에 대한 부분을 지나치게 확대하거나 또 면죄부를 주는 듯한 뉘앙스를 풍겨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