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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편소설

초단편소설 1

 

눈이 온다. 하얀 눈이 내리는 하늘 위는 푸를 것이다. 내리는 눈은 왜 저 푸른 하늘을 담지 못하는 것일까. 하늘의 색을 담은 눈이라면 이 눈이 우리가 하늘 아래 살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존재가 될 수 있었을 것인데. 

눈이 와도 하늘 아래는 여전히 그래도 돌아간다. 변하는 것은 쌓인 눈을 피하려는 자동차들의 처절한 스위프트 뿐. 운전자는 자동차가 눈을 잘 피해갈 수 있도록 이리저리 방향만을 잡아주고 있다. 자동차는 오늘도 생사를 걸고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비틀고만 있다. 그리고 자동차는 눈이 빨간 색이었따면 좀 더 잘 피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해 본다. 

눈이 쌓인 사람들의 머리는 우습다. 눈을 털어내는 것인지, 손바닥의 열로 눈을 녹이는 것인지를 알 수 없는 행동들이 보인다. 결국 그들은 눈을 맞는 것이 아니라 눈을 흡수하는 모양이다. 자신의 머리 냄새가 배인 눈이 다시 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하지만 그 눈은 하늘에서 내린 눈인지, 사람의 머리에서 내린 눈인지를 구별할 수 없다. 결국 눈은 하얀 색이었고, 사람 머리에서 내린다 해서 까맣게 변할 리는 없다. 

눈이 오는데도 불구하고 새는 날라 다닌다. 눈을 피하는 것인지 새의 날개에는 눈이 묻지 않는다. 잠시라도 전선 위에 앉을라 치면 그 작은 머리 위로 눈이 조금 쌓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새는 이내 다시 날개를 퍼덕여 그 눈을 땅에 양보한다. 그리고 다시 날아 올라, 그 미미한 체온으로라도 그 눈을 녹여버리는 것이다. 

눈이 온다. 하얀 눈은 누군가에게는 빨간 눈이었으면, 누군가에게는 까만 눈이었으면, 누군가에겐 푸른 하늘을 다시 날고 싶은 마음을 담아 파란 눈이었으면, 하는 마음들로 형형색색 변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