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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었다 지웠다..

적었다 지웠다.. 2013.5.12.


#1


글을 계속 적었다 지웠다를 반복하고 있다. 


뭔가 마음 속에서 그리고 머리 속에서 할 말이 계속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데 그것들을 글로 옮기자니 내 필력이 구차하여 남길 수가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것의 색깔이 결코 밝은 색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둡고 어두워서, 한 글자로 표현하자면 현(玄)이다. 


검을 현. 검다기보다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듯한 블랙홀의 색깔이다.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이 글을 다시 읽을 시점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차 기억할 수 없을지 모르겠으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서 나는 글을 적으려했다. 하지만 글은 완성되지 않았고, 그 완성의 시점은 언제인지 모른다. 


#2


선과 악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충분한 정도의 확신을 가지고 공개적인 공간에 표현을 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그 기준, 선과 악의 기준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고자 하는 마음을 먹게 되는 그 기준을 알 수 없다. 


그 기준을 알기 위한 노력으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하지만, 그 역시도 한계는 명확하다. 하지만 나는 그 노력을 멈출 수 없다. 


지식인과 학자의 차이를 누군가는 이렇게 설명했다. 


지식인은 충분한 정보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그리고 어떤 상황이 현재의 방향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 동력으로 작동하는 것인지를 예견하는 사람이고, 학자는 시간이 충분히 흐르고 정보를, 시간이 흐른 만큼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양이 되었을 때 그 자료들을 가지고 지난 일을 평가하는 사람이 학자라고 했다. 


나는 학자로서의 소양은 없는 것이 분명하지만, 지식인의 소양은 이제 갓 초등학교를 입학한 학생인 듯 하다. 이러한 자아 평가 역시 매우 후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기준이 명확한 일에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겠지만, 아직 나는 도덕적 기준조차, 그리고 사람들의 표현력을 자극하는 그 기준 역시도 모르고 있기에 섣불리 예견할 수 도 없는 것이다. 


다만 한가지 어렴풋이 알게 되는 최근의 현상은, 앞으로 자신들이 어떤 방향으로 정치화가 될 것인지 지금 자유롭게 표현하는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지금 표현하는 것들이 정치적인 것인지 정치적이지 않은 것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사회적 계층이건 국가의 기관이건 관계 없이 그런 표현 자체가 자신들을 어떻게든 정치화 시킬 것이라는 일말의 확신이다. 


사람들은 '정치'를 싫어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사람들이 정치를 싫어하는 이유는, 그들이 엘리트의 대표이어서도 과거의 권위주의적 정권에 대한 반발에서도, 그리고 자신들의 삶과 유리되어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서 가 아닌, 정치는 선과 악의 이분법을 자신들의 기준으로 확실히 알 수 없기 떄문이다. 결국 일반 대중들은 정치를, 하나의 복합 게임으로 보고 있고 그 복합 게임 속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정확하게 인식할 수 없기에 정치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찬물은 찬물이어야지, 따뜻한 물의 느낌이 나는 찬물은 사람들에게 만족을 주지 못한다. 


자신은 선이라고 믿었던 것이, 알고보니 악이었던 경우 그리고 이와 반대의 경우가 비일비재한 정치의 상황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기준을 확보하지 못한채 이리저리 흔들리고만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지럼증을 느끼고 그 자체를 싫어하게 되는 것이다. 어지럼만을 주는 놀이기구를 타는 사람은 없다. 


어떻게 보면, 정치를 하는 사람은 그 자신이 믿고 있는 선과 악의 기준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설득하고 또 일깨워주는 사람일지 모른다. 정치인은 일반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정보들을 소유하고 있고 그들은 그들 나름의 기준으로 그 정보들을 해석하고 또 적용해왔다. 이런 정치인에게 우리는 "우리의 어지럼증을 대신 느껴주세요"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정치를 논하기 앞서서, 선과 악의 정의와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사람에 따라 선과 악의 기준은 다를 수 있다. 사람마다 다른 선과 악의 기준이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기준을 세워야 하는 이유는,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자세를 갖기 위함이며, 또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최선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정치화 되는지 어떤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이리저리 살다보면, 결국 '회색분자'로 찍힐 수 밖에 없는 우리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많은 가치판단을 정치인들이 아닌 일반 국민들에게 그 판단을 강요하는 정치, 엘리트라는 것을 인정하건 인정하지 않건 그들의 책임조차 지지 않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생계에도 바쁜 사람들이 자신의 선악판단의 기준까지도 세워야 하는 지금 이 시대를 보면서 참으로 '피곤'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러다가는, 정치에서도 '짬짜면'이 나올 법한 세상이다. 



#3


방에 어디서 들어왔는지 모를 벌레들이 날아 다닌다. 


좁은 방이지만 이 방안에 살아 숨쉬는 존재가 나 말고 또 있다는 것이 반가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