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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향기

자유의 향기 2013.5.13.


따뜻물로 샤워를 한다. 환기구가 뿌연 물안개들을 열심히 빨아들이고 있지만, 빨아들이는 양보다 더 많은 수증기가 나오고 있다. 

샤워를 마치고 몸을 닦으면서 몸의 왼편에 있는 창문을 살짝 연다. 

그러자 수증기가 조금 빠른 속도로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어느 샌가 거울에도 수증기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욕실 안이 말라갔다. 


그때 생각했다. 


"수증기가 욕실에 가득찬 것처럼 자신을 온통 둘러싼 사회적 부자유의 억압들 속에서 살다가, 갑자기 억압을 품지 않은 새로운 공기가 들어온다면 시원함과 동시에 자유를 느낀다." 



가령 군부독재시절, 유럽국가나 미국 등지를 처음 나가게 된 사람들은 그 나라에 도착해서, 내가 샤워를 하면서 느꼈던 감정과 유사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수증기로 인해 답답했던 숨통이 확 트이는 듯한 느낌. 


그것이 자유의 향기가 아닐까. 수증기는 아무런 향기를 갖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공기가 들어옴으로 인해서 그 수증기와 다른, 우리의 자유를 상쾌하게 하는 그런 것이 자유의 향기가 아닐까. 


아이러니하게도 자유의 향기는, 원래부터 있던 것이 아니라 억압의 과정이 있기에 느낄 수 있는 것이라는 것. 

결국 우리는 그것을 성취해 내어야만 하는 것이지, 억압을 억압이라 생각지 않으면 결코 느낄 수 없는 향기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향기를 거의 전 생애를 걸쳐서 찾고 추구하고 도모하고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