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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2.15 2012년 1월 13일의 '오늘의 일'
2014. 12. 15. 17:45 일상다반사

오늘의 일. 2012.1.13.

 

오늘 한 가지 일이 있어 이렇게 글 남긴다.

 

졸업강연과 PSAT 스터디 덕분에 늦은 저녁을 먹었다. 9시가 갓 넘었을까. 저녁을 먹고 나오는 길에 우연히 과 선배를 만났다. 과 선배라고는 해도 나이는 나보다 어린, 좋은 동생이다. 저녁 식사 후에는 후식을 드셔야 한다며 나에게 따뜻한 베지밀을 하나 사주기에, 언 손을 녹이면서 같이 학교를 산책했다.

 

기숙사로 향하는 길에 동생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대화는 즐거웠다. 후배가 다시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게 미안하기도 했고, 나도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기도 했기에 다시 학교의 호수 반대방향으로 걸어가던 참이었다.

 

달이 낮게 떠 있었다.

 

하얀 달이라기 보다는, 붉은 달이었고 후배는 저 달에 묻혀 있는 천체물리학자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길을 가다가 우연히 학교 호수를 보았다. 겨울이라 얼어있는 호수에는 오늘 오후에 잠시 내렸던 하얀 눈 탓인지 하얀 빛을 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얼어 있는 호수에 한 평 남짓한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보았고, 그 구멍을 멀리하는 곳에서 오리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무엇인가 이상했다. 그 얼음 구멍을 자세히 살펴보니 무엇인가 허우적 대고 있었다. 밤이어서 그런지 명확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것이 ''라는 사실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 개가 자신의 앞발로 그 얼음 위를 나와보고자 발버둥치고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개는 그 얼음 위로 올라 서고자 하였지만, 그 얼음들은 계속해서 깨졌다. 개의 발길질에는 자신의 목숨이 걸려 있었다.

 

동생과 그 개를 보면서, 이건 우리가 지나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들어가기에는 호수의 가장자리에서 꽤 먼 곳에 그 구멍이 나 있었고 개는 계속 해서 그 구멍의 넓이를 넓혀가고 있었다.

 

생각 끝에 119에 신고하는 방안이 떠올랐고, 지체 없이 동생이 전화를 열어 119에 전화를 했다. 유기동물 관련 업무는 9시에 종료되었다고 하였지만, 일단 오시라는 이야기를 했고 우리는 119의 출동을 기다렸다.

 

물 속의 개는 점점 힘이 빠지는 듯 해보였다.

 

얼음을 깨는 발길질이 힘을 잃는 것이 멀리서 보아도 충분히 보였다.

 

'자식아, 포기하면 안 된다'

 

나도 모르게 혼자 읊조리고 있었다.

 

개는 더이상 얼음 위로 올라가려는 노력을 포기한 듯, 구멍 가운데에서 자기의 몸을 이리저리 뒹굴고 있었다.

 

'안 된다. 기다리라'

 

내 이야기를 들었던 것인지, 다시 얼음 위로 올라가려는 노력을 잠시 했던 개가 갑자기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얼음 밑으로 내려갔나?'

 

얼음 밑으로 내려가서 물 밖으로 나오려고 하나 보다 라고 생각했지만, 혹시 개가 방향을 잡은 곳이 더 얼음이 많이 얼어 있는 곳을 향했다면 다시는 물로 나오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함이 엄습해왔다.

 

그러고 길어야 2분이 흘렀을까.

 

다행히 광진구 소방서가 학교에서 가까웠던 덕에 소방대원 분들이 화려한 조명이 달린 차를 타고 학교 호수 쪽으로 오시는 것이 들어왔다.

 

하지만 개는 보이지 않았다.

 

소방대원분들이 먼 곳까지 비추는 후레쉬를 가지고 호수 위를 비췄지만 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살아나고자 노력했던 흔적들만 남겨둔 채, 개는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소방대원들 중 한 명이 이야기하셨다.

 

'우리도 눈에 보이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어요. 미안합니다.'

 

개는 자신의 체온을 물에 다 빼았겻던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생각한 대로 얼음이 녹은 곳으로 나오고자 얼름 밑으로 들어갔던 것일까.

 

소방대원분들은 돌아갔다.

 

소방대원분들의 등장 탓에 우리가 서 있었던 호수 주변에 학생들이 모여들었고, 그들 역시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호수의 덩그렁한 구멍만을 보고, 약간의 실망감을 느낀 표정으로 돌아갔다.

 

 

동생과 나는 한 동안 그 곳에 서 있었다. 날씨는 추웠다.

 

사람 두 명은 따뜻한 옷을 입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추웟다.

 

멀리서 보았지만 그 개의 목에는 분명히 개 목걸이가 채워져 있었다. 주인이 있는 개라는 생각이 들었고 주인이 저 개를 얼마나 찾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주인보다 개를 더 생각했다.

 

얼마나 추울까. 조금만 기다려주지. 얼마나 추울까. 조금만 더 발버둥 쳐주지.

 

우리가 학교 호수를 돌지 않았더라면, 바로 그 개가 자신의 목숨을 걸고 발길질 하던 그 곳으로 갔더라면, 내가 저녁을 좀 빨리 먹었더라면, 동생이랑 달 이야기를 하지 않고 먼저 호수를 보았더라면, 조금의 지체 없이 바로 119를 불렀더라면, 아니면 내가 개를 위해서 뛰어들었더라면...

 

어제의 호수와 오늘의 호수는 변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리고 나와 동생, 그리고 소방대원분들 말고는 학교의 호수에 개가 한 마리 죽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일감호라고 불리는 호수를 지날 때마다 그 개를 생각할 것이다.

 

살기 위해 발버둥 치던, 목숨을 건 발길질은 저 호수의 얼음이 녹고 다시 봄이 오면 잊혀지겠지만, 나는 저 호수의 그 개는 잊지 못할 것이다.

 

 

지금도 개가 생각난다. 이 추운 겨울에 저 물 속에서.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을지 모르는 이름 없는, 흰 개를 위해서 이 글을 적는다. 내일 개를 위해서 빵이라도 하나 호수에 던져줘야겠다.

 

개가 먹지 못하면, 호수에 살고 있는 오리들이 그것을 먹고 개의 동무라도 해주겠지.

 

이 글을 읽으신 여러분들도 한 번쯤 건국대에 오시거든, 일감호에 들려 저 곳에서 개 한마리가 살고자 발버둥쳤노라 는 사실을 한 번은 생각해주시면 진심으로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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