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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6.12.21 “알바 시각표”
  2. 2016.12.03 시멘트 핫도그
  3. 2016.04.11 에스크미 봉사단
  4. 2016.04.01 내 걱정
2016. 12. 21. 00:50 내 생각

“알바 시각표” 


‘이러다가 분명, 또 내가 일한 만큼 돈을 받지 못 할거야. 어떻게 하지? 내가 얼마만큼 일을 했는지, 시각표를 적어놔야겠다.’ 


2004년 겨울, 아직 11월임에도 더 이상 추울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의 추위가 이어졌다. 내가 일했던 주유소는 바다를 메워 만든 매립지에 세워져 있어 바다와 상당히 가까웠다. 바다는 다른 건물들에 가려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바다의 비린 냄새와 함께 차가운 겨울 바람은 주유소 곳곳을 파고 들었다. 나는 몇 번이고 주유소 소장님께 아르바이트를 위한 대피장소, 그러니까 주유소에 들어가면 흔히 보이는 조그마한 부스를 하나 사서 설치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번번히 실패했고 추운 겨울이었음에도 플라스틱 간이의자에 앉아 벌벌 떨며 손님을 기다려야만 했다.


10월에 시작한 주유소 주유원 아르바이트도 이제 손에 익을 무렵, 10월 달의 급여를 처음 받았을 때 생각했다. ‘내가 일한 시간보다 적은 금액이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처음 시작했을 때 시간을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6시까지라고 정해두긴 했지만, 매번 저녁에 퇴근하고 돌아가는 길에 들른 손님들의 차에 기름을 넣는 일이 많았고, 추가 근무에 대한 것은 으레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는 일’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추가 근무에 대한 급여를 달라고 해도 소장님은 가끔 저녁을 사주는 것으로 몇 일 간의 추가근무에 대한 급여를 지불하는 것이라 여기시는 듯 했다. 


11월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집에 있던 A4 용지 한 장에 11월의 달력을 한 장 그려갔다. 토, 일요일도 없이 일을 했으므로 11월 한 달의 달력은 딱 내가 일을 할 날을 의미했다. 그리고 달력 위에 내 이름을 적어 소장님께 매우 친절한 목소리로 아래와 같이 이야기를 하며 드렸다. 


“소장님, 제가 이런 걸 한 번 만들어 봤습니다. 이번 달 말에 알바비 계산하실 때 편하게 하시라구요.” 


소장님은 그 종이를 받아 드시더니, ‘이게 뭘까?’ 하는 눈빛으로 내가 내민 종이와 내 얼굴을 몇 번 번갈아 보셨다. 그리고 이윽고 “그래, 내가 일일이 못 챙길 수도 있으니까 월말에 다 적으면 나한테 다시 보여줘.”라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소장님께서 화를 내시거나 혹은 내게 지난 달 급료가 적었냐고 따져 물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쉽게 내 제안을 받아들이셨다. 아마도 지난 한 달 간 내 근무 중, 주유 실수도 없고 또 청소나 단골 관리 등을 솔선하여 하는 모습들을 보시며 칭찬을 하셨던 것을 떠올리셨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쨌든 나는 그날부터 퇴근하기 전 내가 몇 시에 출근을 했고 또 퇴근을 했는지를 정확히 계산해 표에 적어 넣기 시작했다. 월말이 되면, 총 몇 시간을 근무했는지를 모두 더한 값을 적어서 소장님께 드렸고 그렇게 나는 내가 일한 정확한 시간에 맞는 시급을 받았다. 그 당시 내가 한 달을 꼬박 일하고 받은 돈은 약 80만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이 표는 새로운 아르바이트생이 왔을 때도, 같은 표를 만들어 올 것을 소장님께서 요구했고 그것을 적어 채워줄 것을 요구했다.) 


최근 대기업의 한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아르바이트생의 시간을 쪼개고 뭉개는 형식으로 약 4만 명이 넘는 아르바이트생으로부터 84억에 달하는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은 것이 뉴스가 되었다. 깊은 화가 났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는, 이 더러운 옛말을 아직도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사람들이 그리고 기업이 있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몇몇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정식으로 어딘가에 취업하기 전, 아르바이트는 간접적으로 사회를 배우고 또 자신의 경험을 쌓는 좋은 기회이지 않냐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나는 결코 그런 생각에 동의하지 못한다. 지금 현재의 한국에서는 아르바이트는 결코 젊은 사람만이 하는 것도 아닐 뿐 더러, 젊은 사람이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하면 그것은 더욱 보호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진 찬란한 시절의 가치인 ‘젊음’이라는 시간을 써서 최저시급을 받아가며 일을 하는 것은 그것이 경험이 되기 때문도 아니고, 사회를 배우기 위해서도 그것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하는 이유는,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계를 위해 단기적으로 나마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경험 따위가 아니다. 삶의 유지에 필요한 것은 경험이 아니라, 돈이다. 


봉사는, ‘돈을 벌지 않는 일’이 아니다. 돈이 아닌 또 다른 가치를 벌 수 있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 봉사다. 그렇기에 결코 기업은 돈을 벌기 위하여 자신의 시간을 소비한 사람들에게 그것을 마치 ‘봉사’나 ‘의무’와 같이 강요해서는 안된다. 이것은 아르바이트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도 아니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자신의 시간을 들이는 모든 경제관계에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기업에만 해당되는 것도 아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심지어 연인 사이에서도 스스로가 원하지 않은 것을 해달라며 요청하곤 그것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것은 결코 서로에게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사람은 자신이 결코 하고 싶지 않은 일임에도, 수단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설명하진 못해도 느낄 수 있다. 


사람에 대한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글을 정리하며, 일본에서 유학했을 때의 이야기를 남기고자 한다. 당시 여자친구가 없었던 나는 일본인 친구들 중 한 명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다. 그녀에게 호감을 표시하기 전, 한국과 일본에 연애에는 다른 점이 있을까 해서 일본인 남자친구에게 어떻게 하면 일본인 여자친구와 가까워질 수 있는지 물었다. 그 친구의 대답은 이랬다. ‘우선 밥을 같이 먹어라. 그리고 밥을 같이 먹을 정도의 사이가 되면, 술을 함께 마셔라. 그러면 그 여자는 너에게 호감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 고백을 해도 된다’ 따위의 어이 없는 대답을 내게 해주었다. 전혀 이해가 되지 않던 나는, 왜 그런 순서로 이어지냐 물었다. 그 친구의 대답은 이랬다. ‘우리는 자신의 시간을 소중히 생각해. 그렇기 때문에 소중한 시간을 들여서 밥을 함께 먹자고 한 이야기를 듣고 같이 밥을 먹고, 또 술을 마실 정도라면 그 여자는 너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소중한 자신의 시간을 들일 만큼.’ 


나는 시간이 소중했기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중한 것은 사람이다. 그 사람이 소중하기에 그 사람이 가진 시간 역시 소중해지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과연 사람에 대한 가치를 어떻게 두고 있을까? 한 명의 아르바이트가 어떤 일에서 그만둔다고 했을 때, 그 사람은 언제나 대체가 가능한 사람으로 여겨지는지, 아니면 그 한 명이 소중하고 또 관계에 있어서도 유지할 가치가 있는 사람으로 여겨지는지 궁금해진다. 궁금해지기도 전에 우리 사회는 그 답을 이미 나에게 알려주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틀린 답을 정답이라고 우기며. 


한 명의 아르바이트라 할지라도 소중한 사람일 수 있다는 것.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일수도 있고,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시간은 결코 스스로가 그것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지켜 주어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우리 사회 모두가 알아줬으면 좋겠다. 사람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그것을 지켜주기 위하여 발전해 온 역사가 우리 인류의 역사이자 자유의 역사가 아니었던가 말이다. (아, 너무 멀리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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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3. 11:02 내 생각

‘시멘트 핫도그’ 20161203

 


2009 1,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위앙짠)의 근교, 어느 한 초등학교에서 2주간의 봉사활동을 할 때였다. 유스클립(Youth CLIP)이라는 대학생국제교류단체에 소속되어 있을 당시였고, 보건복지부의 후원으로 진행하게 된 봉사활동이었다. 2주간 내가 맡았던 업무는 다름 아닌 도서관 짓기였다. 그곳의 초등학교는 교사(校舍)와 화장실 건물만이 있는 곳이었기에 도서관을 세울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당시 현지에서 활동중이던 시민단체로부터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라오스에 가기 이전까지 내가 손에 벽돌을 잡아본 적은, 2006년 아동양육시설에서 공익근무를 할당시 식당을 증축할 때 뿐이었으므로 완전 초짜였다. 현지의 인부-라고는 하지만 거의 대부분이 지역 주민들이었다와 협력하며 도서관의 바닥이 될 곳을 고르는 일부터 시작했다. 학교의 정문으로 들어오면 바로 오른쪽에 널찍한 공간이 형성된 뒤, 본격적으로 벽돌을 쌓아 올리기 시작했다. 평소 한국에서 길을 걷다가 집이나 건물을 새로 짓는 공사장을 지나가며 보았던 대로, 현지 인부들이 쌓아놓은 벽돌 첫 줄 위에 잘 게운 시멘트를 얇게 발랐다. 그리고 그 위에 새로운 벽돌 줄을 만들기 위해 벽돌을 올려놓는 일이 반복되었다. 집중해서 몇 장 째 올리고 있었는데, 현지인 인부이자 2주간 봉사활동 끝에 친구가 된 뎅(빨갛다는 의미의 이름)이 나에게 다가오더니 손사래를 쳤다. 뎅이 하는 말을 모두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라는 건 확실했다. 이어 뎅은, 자신이 들고 있던 망치로 내가 쌓아 올린 벽돌을 가볍게 툭 하고 쳤다. 이게, 무슨 짓인가 하며 놀라기도 전에 벽돌은 힘없이 툭 하고 쓰러졌다. 나는 당황했다. 분명 벽돌은 세워져 있는 듯 보였다. 몇 장의 벽돌이 아주 보기 좋게 줄지어 서 있었고, 그것은 내가 익히 보던 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뎅은, 그렇게 해서는 벽돌이 제대로 붙어있지 못한다며 직접 시범을 보였다. 잘 게운 시멘트를 한 움큼, 손에 들 수 있도록 되어 있는 판자에 덜어내더니 그것을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꽤 두꺼운 핫도그 모양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세워져 있던 벽돌 위에 툭 하고 올려놓았다. 그럼 벽돌 위로 핫도그 모양의 시멘트 덩어리의 반 정도가 드러나 보였다. 나머지 반은 아래 벽돌과 접착되어 있었다. 드러난 반 정도의 시멘트 핫도그 위에 새 벽돌을 올리자 새 벽돌의 무게에 의해 시멘트 핫도그는 납작 눌려졌고, 벽돌과 벽돌 사이에 시멘트들이 삐죽하며 묻어 나왔다. 그것을 시멘트 칼로 긁어내자, 그때야 비로소 내가 흔히 보던 모습의 벽이 드러났다. 이어 뎅은 다시 망치를 들어, 처음에 내가 세웠던 벽돌을 넘어뜨리던 강도와 비슷해 보이는 강도로 그 벽돌을 툭 하고 쳤다. 벽돌은 움직이지 않았다. 벽돌과 벽돌 사이에 시멘트가 잘 접착되어 있었기에 벽돌은 큰 흔들림이 없었다.

 

방법을 알게 된 나는, 2주간의 시간 동안 벽돌 쌓기에 나름의 조예를 갖게 되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실제 공사장에서 일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우스운 일일지 모르겠지만, 여타 봉사자들보다는 빠르고 바르게 벽돌을 쌓아 올렸다는 것은 확실했다. 덕분에 내 손과 얼굴은 거칠어져 갔지만 말이다.

 

라오스에 가기 전까지 벽을 보면, 보기만 좋은 그 평평한 모습만 생각했다. 벽돌은 아주 얇게 바른 시멘트로도 충분히 붙어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틀린 생각이었다. 벽돌을 서로 붙이기 위해서는 보이는 양보다 보이지 않는 꽤 많은 양의 시멘트가 필요했다. 그것들이 끈끈히 붙어 무너지지 않는 벽이 되었고, 건물이 되었고 라오스에서는 도서관이 되었다.


 


우리 사회도 그렇다. 어떻게 이 사회가 유지되고 있을까 생각을 해보면, 겉으로 보면 별다른 것 없이 멀끔해 보이지만 사람들 사이 사이에도, 제도 사이 사이에도 두꺼운 핫도그 같은 것들이 잔뜩 들어 있다. 그것이 개인 간에는 사랑일 수도 있고 가족 안에서는 책임감과 존경일 수도 있고, 사회 전체로 보면 법과 제도든지, 민주주의 그 자체일 수도 있다. 겉에서 볼 때는 어떻게 지탱되고 유지되는지 궁금해 할 수 있는 것들이, 어떤 시련이나 고난이 닥치면 결국 이런 끈적임과 접착력이 그것을 지켜준다. 사랑, 가족애, 책임과 의무, 민주주의라고 했지만 그것들 결국 하나로 묶으면 연대(連帶)라 할 수 있을 듯 하다.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을 아껴 여기고, 누구 하나도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함께 손을 잡고 있는 것. 그리고 그것이 무너지려 할 때 힘을 모아 버틸 수 있도록 하는 힘을 주는 것. 이런 것들이 우리 사회에 있어서는 시멘트 핫도그가 아닐까.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겉모습에 신경을 써온 듯 했다. 겉으로 멀끔하면 되니, 부실공사를 한 탓에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가 붕괴했고, 씨랜드에서는 유치원생과 선생님을 포함한 23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세월호가 가라앉으며 사망자 295명과 실종자 9명이 발생한 것이다. 겉보기에 배는 바다에 침몰하지 않을 듯 보였다. 바다에 빠지더라도 나라가 승객들을 구해낼 것이라는, 국가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다. 이어 사회적 연대는 원활히 진행되지도 않았다. 불필요한 색깔 논쟁과 유가족을 비난하는 글들이 있었고, 우리는 그들에 대해서 법적인 책임만이라도 제대로 묻길 바랐다.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다시 말해 벽 안에 끈끈히 묻어 있는 사회적 연대가 필요하다. 그것은 건물 하나를 짓기 위해 필요한 시멘트 핫도그 보다 더욱 중요하다. 글을 적고 있는 지금의 시점에서, 공교롭게도 우리는 사회적 연대에 대해 다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누가 누구를 지킬 것인가. 누가 국가를 지킬 것인가. 지킬 것은 자기 자신 뿐인 세상에 살고자 하는가, 아니면 서로가 서로를 지키고자 하는가. 산업화가 주었던 사회적 연대 배고픔과 민주화가 주었던 사회적 연대 민주주의를 넘어 무엇을 사회적 연대의 목적으로 삼을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 필요해 보인다.

 

일을 마치고 난 뒤 뎅과 술을 마시면, 우리는 서로를 격려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우리가 느꼈던 연대감은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난 뒤의 감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같은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애국심 따위가 아니라 우리 친구의 이야기이며, 우리 가족의 이야기이며, 우리보다 먼저 더 나은 우리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이들이 남긴 이야기들이다. 더 튼튼한 벽을 세울 것이다. 세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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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4. 11. 16:59 내 생각

[에스크미 봉사단 (ASKME Volunteer Team)]


안녕하세요. 에스크미 봉사단을 기획-운영중인 권현우라고 합니다. 많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이제 더이상 에스크미를 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사실..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길을 안내해준 외국인과 함께 사진을 올리는게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었습니다.


고민의 결과, 나름의 방향을 잡았습니다. 이 글은 그 방향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 출퇴근 시간이나 자신이 원하는 아무 시간에나 할 수 있도록 하자. -> 각 지역의 대학이나 직장에 'OO대 에스크미 봉사단'을 만들어 운영하고자 합니다. 대학 동아리나 사내 동아리 형식으로 만들어서 운영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에는 참가자들이 두 명씩 짝을 지어 지역의 관광지를 다니며 외국인과 내국인들에게 길을 안내해줍니다. 소속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 뿐만 아니라 길을 안내 받을 필요가 있는 사람들에게도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2. 외국어를 잘하지 않아도 된다. ->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외국어는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외국어 실력이라는 문턱이 너무 높거나 또는 너무 낮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동아리 형태로 참가자(회원)가 모집이 되면, 동아리 내에서나 대학의 지원 혹은 기업의 후원 등으로 회원들은 '외국어 수업'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길을 안내해줄 수 있을 정도의 외국어라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은 정도이기는 하지만 명확한 의사소통을 위해서 필요한 용어나 회화실력을 참가자가 갖출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남을 위한 봉사활동이지만, 에스크미 활동을 하며 자신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3. 봉사활동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 이 생각은 제가 잘못했던 생각입니다. 에스크미를 직접 해본 결과, 안내를 받는 사람의 고마움 표시와는 별도로 자신의 에스크미 활동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면 더욱 장기적인 활동이 가능해집니다. 실제로 에스크미 활동을 해보면,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고 또 많은 거리를 걷기 때문에 꽤나 힘든 활동입니다. 힘든 시간 속에서 외국인이나 길을 잃은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다면 그날은 좋은 마무리를 지을 수 있으나, 큰 성과가 없는 날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활동 자체에 대한 장기적인 보상을 줄 필요가 있습니다. 봉사활동 시간 부여와 관련해서는 국가 소속의 봉사센터 등과의 협력이 필요할 듯 합니다.


4. 활동시간은 자유롭게! -> 안됩니다. 에스크미 활동을 하기 위한 이동시간은 제외하고 하루 최대 2시간으로 봉사활동의 최대 시간을 정해야 합니다. 가만히 서 있어도 그리고 2시간을 걸어도 힘듭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에스크미 활동은 실제로 힘듭니다. 봉사자의 피로가 길을 잃은 사람이나 관광객들에게 전해져서는, 서로 불편할 뿐입니다. 대학 동아리 형태가 되었든, 사내 동아리가 되었든 개인이 할 수 있는 봉사시간은 최대 2시간으로 한정하고 팀을 바꾸어가며 일정 시간 동안 이어지는 것으로 해야 합니다.


5. 오프라인이 위주다 -> 장기적으로 볼 때 온라인(스마트폰 활용)의 필요성이 증가할 것입니다. 직접 만나 길을 안내해주고 안내 받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은 편견입니다. 장기적으로 '구글 지도'와 연동된 지도 기반으로 전세계 어디에서나 자신의 언어로 에스크미에 접속을 하여 길을 잃었을 경우, 그 지역의 모국어 가능자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위키피디아' 처럼 각국에 센터를 설치해 오프라인 봉사자와 온라인 봉사자 및 운영자들을 통해 온오프라인이 연동되는 에스크미가 되고자 합니다.


6. 민간으로서의 독립성을 지킨다. -> 독립성은 지킬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독립성이란 자본으로부터 독립성입니다. 기업의 후원이나 협업은 필요할 때 하겠습니다만, 특정한 기업의 홍보를 위한 안내 등 호객 행위와 유사한 형태는 결코 바람직한 형태가 아닙니다.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성은 지켜나가되, 국가나 여타 시민단체 혹은 지역 커뮤니티와의 벽은 낮춰갈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에스크미 활동가가 교통 서비스(지하철, 버스 등)와 협업할 수 있다면 지하철 개찰구에서 에스크미 활동가들이 외국인이나 타지역 사람들에게 길을 알려줄 수 있는 부스나 시설이 갖추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기존의 길 안내를 담당하고 있는 관광정보센터와도 연계하여 안내 방향에 대한 새로운 정보나 에스크미 봉사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점들에 대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시민단체'의 협업을 통한 거버넌스를 지향합니다.


7. 누구나 할 수 있다. ->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대학 동아리 형태나 사내 동아리 형태로 할 것이라 말씀드렸습니다만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위험성을 확실히 낮출 것입니다. '에스크미 봉사자 인증'을 통해 지금 현재 에스크미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의 신분을 에스크미 본부나 관련 지자체에서 인증해줌으로써 에스크미를 모방한 활동으로 혹여나 일어날 수 있는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겠습니다.


8.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한다. -> 에스크미 활동의 대상을 '외국인 관광객'으로만 한정짓지 않겠습니다. 최근의 여행 열풍으로 많은 사람들이 국내로도 여행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그 여행지에서 길을 잃고 또 현지의 사람과 소통하기를 원합니다. 앞서 말한 대학 동아리 형태가 되면, 그 지역의 대학생들은 외국어가 적힌 뱃지와 동시에 그 지역의 이름을 달고 활동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전주의 경우에 전북대 에스크미 봉사단이 꾸려진다고 가정하면 전주 지리를 물어보는 한국인 여행자들에게 길을 알려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전주 뿐만 아니라 제주, 부산, 홍대 등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9. 가장 중요한 "어떻게"가 남았습니다. 사실 지금까지는 저 혼자 이런 저런 생각들과 기획들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그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상의 에스크미가 바라고 지향하는 방향에 맞는 사람들을 찾겠습니다. 운영진을 뽑고 에스크미의 방향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초기부터 욕심을 부리지 않고 한 대학 한 대학, 한 지역 한 지역씩 늘려 나가며, 장기적으로는 해외의 대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어떻게'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에스크미 활동은 결코 혼자 할 수 있는 활동이 아닙니다. 누구나 길을 알려줄 수 있습니다만, 그 누구나가 되는 방법을 모르거나, 외국인에게 길을 알려주는 사람이 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있었던 사람들에게 그 뜻과 의미를 전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밌어야 합니다.


참가자를 대학생이나 직장인으로 한정지을 필요는 사실 없습니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영어를 포함한 외국어 실력 또는 지역에 대한 이해)을 활용해 볼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직장인들 역시도 자신의 삶에서 필요한 외부적인 자극을 고파하는 사람들입니다. '대학'이란 전 세계 어디에나 존재하고 또 그들은 배움을 추구합니다. 장기적으로 볼 떄 고등학교나 중학교 혹은 중장년층의 참가 역시도 선호됩니다만, 지금의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듯 합니다.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다고 해서 오해를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으로 짧게나마 에스크미가 지향하는 방향에 대해서 적어보았습니다. 관심 가지고 지켜보시는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에스크미가 아니라, 그저 '수많은 관광객'으로만 보이던 사람들 중 누군가 길을 잃어 위험하다 느끼거나 꼭 원하는 곳으로 가고 싶어하는 외국인 그리고 한국인 여행자입니다. 에스크미를 통해 한국이 가지고 있는 따스함이 한국으로 놀러온 외국인과 국내 여행자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며, 나아가 전 세계로 확장되기를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궁금증이나 운영을 위한 참가 의사가 있으신 분, 혹은 이런 분야에 관심이 있으신 분을 알고 계신 분들은 댓글이나 태그, 공유를 통해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준)에스크미 봉사단 권현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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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4. 1. 17:00 내 생각
"내 걱정"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다. 아무런 미사여구도 없는 저 문장은 읽는 순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닮아있는 행복이란 무엇일까. 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것은, 어떤 불행을 말하는 것일까.

다시 읽어보면 설핏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다.

특히 요즘과 같이 행복한 가정이나 불행한 가정 모두 자신의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또는 불행한지를 '스스로' 드러내는 여러 도구들이 있는 시대에는 말이다.

행복한 가정의 닮은 모습이란 아래와 같지 않을까.

자녀와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인자하기까지 한 부모. 각자의 공간이 있는 충분한 넓이의 집. 여름과 겨울에 떠나는 휴가. 건강하고 자신의 삶을 관조할 줄 아는 할아버지, 할머니.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꿈이 무엇인지를 이미 알고 있는 자녀 혹은 꿈을 찾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활기차게 하고 있는 자녀. 끊어지지 않는 가족 간의 웃음과 대화..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그리기란 참으로 쉽다. 다시 말하면 누구나의 마음 속에 어떤 이상처럼 그 모습이 들어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불행한 가정이란, 결코.

상상하기 조차 싫다.

하지만 그 상상 속의 어떤 일이나 사건들은 각자의 의지와 다르게 일어난다. 또 누군가는 지금도 그 불행 속에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소모하며 살고 있을 것이다. 아니, 확실히 살고 있다.

행복한 가정에서도 불행한 사건들은 일어날 수 있지만, 그것이 끼치는 영향이 각 가정에는 다르게 나타난다.

아마도.

행복한 가정과 불행한 가정의 차이는,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이나 경제력의 상실, 삶에의 의지 박약 등 다양한 사건들이 발생함에도 그것을 가족이 같이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 것과 그러지 못한 것이 아닐까.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이 아닌 한 개인이라 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사건들을 접하고 해결함에 있어 그것을 빠르게 회복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그것을 감히 '행복'한 상황이라 불러도 될 듯 하다.

고등학교 시절.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말이 있었다.

"너희는 그냥 너희 앞날을 위해서 공부만 하면 되는데, 왜 공부를 하지 않니?"

선생님들의 이런 말들을 듣다보면, 한편으로 참 다행이다 싶고 또 한 편으로는 어른이란 어떤 사람들일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다행이다' 싶은 것은, 나에게 저런 말을 하고 있는 선생님이 어릴 적 자기 걱정만 할 수 있었던 행복한 가정에서 자랐고, '소위 말하는' 안정감 있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선생님이 되었다는 것에 다행이라 느꼈다. 또 한 편 느끼는 것, 어른이란 어떤 사람들일까 하는 질문이 드는 이유는, 나보다 최소 10년 이상을 더 산 사람들이 그 사이에 타인의 -그것이 비록 학생일지라도- 고민이나 고통에 대해서 저다지도 공감을 할 수 없을까 싶기도 한 것이다. 어른이면 누구나 다양한 경험과 식견을 통해 이해심이 넓을 것이라 여겼던 내가 '어렸던' 것인지도 모를 일이지만.

'네 걱정만 해라.'

라는 말에는, 결국 부모의 배려와 학교를 포함한 사회의 노력이 필요한 듯 하다. 한 사람이 자신의 행복만을 위해 고민하고 걱정할 수 있다는 것은 어릴 적에는 부모의 배려가 필요하고, 사회에 나와서는 사회가 갖추고 있는 제도나 시스템이 필요하다. 행복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으나, 뉴스 한 꼭지나 신문 한 장만 들추어보아도 불운한 사건을 당한 사람이나 자신의 삶을 스스로 끝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말문이 막힌다.

부모의 배려가 무엇인지, 사회의 제도나 시스템이 어떤 구조인지는 모르겠다.

부모가 된 사람도-부모가 될 사람도- 제대로 알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각자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과 가치가 부딪히는 사회에서 개인의 행복을 위한 어떤 제도가 필요한지가 그리 중요할까 싶기도 하다.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는 결국 '배 부르고 등 따뜻하면' 행복할 수 있다는 조건만을 제시하고 있는 듯 하기 때문이다.

내 걱정만 하고 싶다. 길게 적었지만, 하고 싶은 말은 딱 하나다. 내 걱정만 하고 싶다. 내 행복을 위한 걱정과 고민과 탐색과 시도를 하고 싶다. '나'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자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 나의 행복을 위해 타인 역시도 행복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 내가 되고 싶다.

그런 사회를 바란다는 것 만으로도, 톨스토이의 저 위대한 한 문장.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문장에 대해 "톨스토이 할아버지, 틀렸습니다. 훗!" 하고 콧방귀를 뀌어볼 수 있지 않을까.

내 걱정만 하고 싶다. 나만 내 걱정을 하는게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기 걱정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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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맥스(Max) 가고파라가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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