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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내 걱정 "내 걱정"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다. 아무런 미사여구도 없는 저 문장은 읽는 순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닮아있는 행복이란 무엇일까. 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것은, 어떤 불행을 말하는 것일까. 다시 읽어보면 설핏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다. 특히 요즘과 같이 행복한 가정이나 불행한 가정 모두 자신의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또는 불행한지를 '스스로' 드러내는 여러 도구들이 있는 시대에는 말이다. 행복한 가정의 닮은 모습이란 아래와 같지 않을까. 자녀와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인자하기까지 한 부모. 각자의 공간이 있는 충분한 넓이의 집. 여름과 겨울에 떠나는 휴.. 더보기
똥오줌을 싸지 않는 아이 2015.02.14. 소설 병원의 장례식장에서 아이 한 명이 응급실로 실려왔다. 마침 오늘 당직인 나는, 수많은 응급환자들 사이에서 씨름하고 있었다. 오늘 따라 시내에서는 교통사고가 3건이나 났고, 다행히도 삶을 내 눈 앞에서 마감한 사람은 없었지만 그렇게 허무하게 삶을 끝내도록 하지 않겠다는 내 의지가 더 강했던 것은, 나름의 뿌듯함으로 느끼고 있던 중이었다. "장례식장에서 아이가 실려오다니? 무슨 일이야?" 간호사에게 물으니, 한 아이가 아랫배를 움켜쥐고 사색이 되어 울며불며 있는 걸 발견한 아이의 친척이 상황이 위급하다고 생각해 응급실로 보냈다고 나에게 설명한다. 아이가 떼를 쓰는가 보다 하고, 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이가 누워 있는 침대로 갔다. 커튼을 젖히니, 울고는 있지만 간호사가 설명했던.. 더보기
오늘한시_6 ‪#‎오늘한시‬ _6 마음에 써 내려가는 시 첫 줄을 적는다 시가 될까 마는 가사가 될까 마는 그것도 아니면 소설이 될까 마는 이야기가 담기는 그 어디라도 종이를 준비해야 외로운 남녀 입 모아 사랑 외치는 들리는 이 많지 않은데 누구 한 명 들을까 하여 귓엣말 외쳐본다 이미 쓰여진 시 그대는 읽어주기만 해 달라 그 입으로 내 시와 사랑을 읽어달라 고 - 소개팅 더보기
현우의500자_49 #현우의500자 _49 지하철 객차에 앉아 있다. 한 량은 바쁠 틈도 붐빌 틈도 없다. 책은 덮고 일상 속 소설을 보고 싶다. 그래서 열심히 몰래 주변을 응시하고 있다. 내 자리는 문 쪽에서 세 번째 자리다. 내 옆으로 2명이 더 앉을 수 있다. 첫 자리에는 미술도구인지 마술도구인지를 잔뜩 들고 있는 여자가 졸고 있다. 그리고 빈 자리. 그리고 나. 한 역을 지나 고등학생 두 명이 탔다. 그 중 여학생은 내 옆 빈 자리에 앉는다. 하지만 남학생은 자리를 찾지 못해 다른 방향으로 간다. 내 왼쪽 좌석의 승객이 자리를 뜬다. 나는 자리를 스슥 옮긴다. 여학생과 남학생이 같이 앉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여학생의 고맙습니다. 고맙긴. 몇 역을 지나 미술을 하는지 마술을 하는지 모를 여자가 가방끈을 바닥에 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