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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

“알바 시각표” “알바 시각표” ‘이러다가 분명, 또 내가 일한 만큼 돈을 받지 못 할거야. 어떻게 하지? 내가 얼마만큼 일을 했는지, 시각표를 적어놔야겠다.’ 2004년 겨울, 아직 11월임에도 더 이상 추울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의 추위가 이어졌다. 내가 일했던 주유소는 바다를 메워 만든 매립지에 세워져 있어 바다와 상당히 가까웠다. 바다는 다른 건물들에 가려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바다의 비린 냄새와 함께 차가운 겨울 바람은 주유소 곳곳을 파고 들었다. 나는 몇 번이고 주유소 소장님께 아르바이트를 위한 대피장소, 그러니까 주유소에 들어가면 흔히 보이는 조그마한 부스를 하나 사서 설치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번번히 실패했고 추운 겨울이었음에도 플라스틱 간이의자에 앉아 벌벌 떨며 손님을 기다려야만 했다. 10월에.. 더보기
현우의500자_82 ‪#‎현우의500자‬ _82 가족이란, 같은 치약을 쓰는 사람들이다. 무엇을 먹고 마셨든 같은 치약을 쓴다. 그래서 양치를 마치고 나온 가족의 입에서는 같은 향이 난다. 서로에게 사랑을 표현할 때도, 또 미움과 시기를 드러낼 때도 같은 향을 내는 입으로 말한다. 누군가가 치약을 다 썼다고 여겨 버리려고 하면, 어머니는 그 치약의 몸통을 무지막지하게 비틀어 버리고는 '앞으로 몇 번의 양치'라는 승전보를 가족에게 알린다. 그리고 어느샌가 누구의 취향인지도 모를 새 치약이 있으면 가족은 또 같은 향을 내는 입으로 가족임을 확인한다. 가족이란, 같이 밥을 먹는 사이이기도 하지만 서로가 집 밖에서든 집 안에서든 무엇인가를 자신 안에 받아 들이게 되었을 때, 온전히 그것을 가족의 것으로 인정해주는 사이이다. 남자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