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거장 썸네일형 리스트형 현우의500자 _47 #현우의500자 _47 푹 잤다. 나에게 조선을 준다고 해도, 아니 고구려를 준다고 해도 나는 이 잠을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세브란스 병원 앞을 지나, 두 정거장만 더 가면 내가 내릴 곳이다. 하지만 나는 잠들어버렸다. 아무런 방해도 없이, 한 손에는 책과 장갑을 들고, 한 손은 코트 주머니에 이러쿵저러쿵 쑤셔 넣은 채 잠들었다. 내려야 할 정거장에서 한 정거장이 더 지나 눈을 떴다.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스스로 민망해 한숨과 한웃음을 짓는다. 아무런 꿈도 없이 5분의 시간 동안 푹 자고 난 뒤 나는 말똥해졌다. 피곤했던 것도 아닌데, 버스에서 나는 잠에 빠졌다. 종종 이런 일이 있지만 오늘은 내일보다 새롭다. 버스에 있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편히 잠들었다. 잠들어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