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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6.04.17 어리석은 질문
  2. 2016.03.28 천안함 6주기
2016. 4. 17. 20:13 내 생각

어리석은 질문


운전면허를 갓 따고 운전에 재미를 붙여나가고 있던 20살이었다. 학원을 다니지 않고도 아버지로부터 운전을 하나씩 배웠기에, 말 그대도 실용적인 운전을 할 수 있었다. 운전 면허 시험장 코스는, 떨어져가며 한 코스씩 한 코스씩 익혀 나갔다. 몇 번의 낙방 결과 운전면허를 손에 쥐게 되었으니 그 재미와 기쁨은 크디 컸다.


택시를 탈 일이 있었다.


운전에 재미를 붙이고 있을 시기였던 만큼 매일 운전을 하시는 택시기사님은 얼마나 재밌을까 생각하다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택시 기사님께, 20살의 천진난만함을 담아 물었다. 기사님께서는 이렇게 재미난 운전을 매일 하시니 참 좋으시겠어요. 기사님께서 나를 슬쩍 보시고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뭐든 처음에는 재밌는데, 그게 먹고 살 일이 되면 재밌지 않아요.


그 당시에는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다. 재미가 없어지면 그 일을 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다들 힘들게 운전면허를 딴 만큼 이렇게 운전을 하는 것 자체가 재미가 없을리 없다는 일종의 근거 없는 확신도 들었다.


그러고 시간이 꽤 지나, 법무사 사무실에서 일할 때 였다.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점심과 저녁 시간을 포함해 약 10시간을 운전을 해야하는 업무가 이어졌다. 졸음을 이기기 위해 아메리카노와 담배를 물고 살았던 당시였다. 서울의 구석구석과 경기도라는 것만 알고 있던 평택 등을 직접 왕복하며 이틀에 기름 한 통을 비우며 운전을 하는 강행군이 이어졌다.


운전이 재미가 없어졌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운전을 해야했다. 매달 들어오는 월급은 내 생활비와 조금씩 모으는 저축을 위해 필요했다. 다른 재미난 일을 하는 것을 찾을 시간도, 여유도 없었고 밤만 되면 피곤해서 쓰러지기 일쑤였다. 운전은 재미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았고, 생계라는 항목 속에 굳건히 자리잡게 되었다.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20살의 내가 택시기사님께 했던 질문은, 살면서 경험이 얼마나 많은 것을 다르게 볼 수 있는지를 모르는 내가 던진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쉽게 이야기한다.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은 때로 재밌어 보이기도 하고, 또 때론 매우 쉬워보이기도 한다. 힘들어 보이는 일들도 많은 것은 당연하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기에 사람들은, 책이나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길 원한다. 간접경험도 경험일 수 있지만, 실제로 겪는 경험을 통해 자신이 느끼는 것과는 다를 수 밖에 없다.


많은 경험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경험 뿐이다.


경험을 직접적으로 하든, 간접적으로 하든 그 경험을 통해서 얻어야 할 것은 경험 뿐이면 안되지만, 결국 경험으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나의 경험을 통해 타인의 경험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배려해야 한다. 타인의 경험을 읽거나 들으며 나의 경험이 될 수도 있었을, 혹은 운 좋게 피할 수 있었던 경험을 통해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


20살 때, 운전에 재미를 느꼈던 나는, 택시 기사님의 삶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하지 못했다. 이후 운전을 하지 않다가 운전이 삶의 큰 부분으로 들어왔을 때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만큼 내가 바보 같고 어리석은 탓일 수 있겠지만, 사소한 것이라도 내 경험과 타인의 경험을 단지 경험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타인과 자신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배려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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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3. 28. 18:12 내 생각

“6주기”


천안함 폭침 6주기. 3월 26일은 6년 전 천안함이 두동강나고 바다로 침몰한 날이다. 나는 오늘 여기서, 천안함의 침몰 원인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천안함은 내 유년을 지키고자 했던 한 아버지의 이야기가 스며있다.


2011년, 제10회 육군사관학교 안보토론대회에 참가했었다. 학부 시절의 마지막 대외활동으로서 선택했던 것이지만, 나는 우연히 아버지의 추억과 맞딱드리게 된다. 안보토론대회의 일정 중 해군2함대 평택기지에 전시되어 있는 천안함을 방문하는 일정이 그 계기였다.


천안함은 ‘정치’였다.


천안함과 관련된 논쟁에서 한 쪽의 이야기를 믿고 있는 사람들은, 그 믿음에 맞는 데이터를 찾았다. 근거가 된 데이터들은 상대방의 신념이 ‘비합리’나 ‘종북’이라고 매도하는데 활용되었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런 입장과 태도에 별 다른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고, 천안함을 방문하기 직전까지도 그랬다.


안보토론대회 둘째 날, 평택에 도착했다. 그리고 맨눈으로 처음 보는 천안함. 형체가 기괴했다. 철판이 저렇게 휘어질 수도 있구나 라는 놀라움과 함께 저 배 안에 타고 있었을 해군장병들에 대한 애도와 측은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리고 코리아 타코마.


천안함 앞에 세워져 있던 철제 입간판에 천안함을 건조한 회사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코리아 타코마. 익숙한 이름이었다. 아버지께서 다니시던 조선소의 이름이었고, 아버지의 작업복에 적혀 있던 이름이었다.


아버지께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 지금 저 천안함 전시되어 있는데 와 있습니다. 근데 건조회사가 코리아 타코마네요. 이거 아버지 계실 때 만드신겁니까? 응. 내가 만들었다. 천안함 진수식(처음으로 배를 바다에 띄우는 날)에 천안시장님도 오셨지. 그리고 자판기도 하나 놓아주시고 가셨다. 그날 참 사람들 많이 왔지.


87년에 건조되었다고 적힌 천안함. 내가 85년생이니 내 나이 3살 먹었을 당시 아버지께서는 조선소 노동자로서 천안함을 만들고 계셨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아버지의 나이가 되었고, 국제정치를 공부하고 있는 아들이 두동강 난 천안함을 다시 만나고 있었다.


정치학을 공부하다 보면, 수많은 ‘결정적 시기’를 만나게 된다. 세계대전의 발발일이나 종전일 뿐만 아니라, 어떤 정치지도자가 결정을 내리는데 있어 큰 영향을 미친 시기 등, 다양한 시기들을 만난다. 한국정치사에서 결정적 시기라 할 수 있는 ‘천안함 폭침’이 내 삶과 연결되어 있는 경험. 새롭기도 했고, 일종의 감동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그럴 것 같다.


과거 산업화 시대의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들께서 각기 다른 곳에서 고생을 하셨던 것은, 나라의 경제 발전이라는 결정적 시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으셨을 것이다. 또 민주화 시대의 삼촌, 이모들은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결정적 시기를 만들어 내고자 했을 것이다. 지금도 그렇다. 시대정신이랄까 시대의 대의는 사라져버린 지금,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결정적 시기를 지내며 그 시기에 대한 애정과 노력을 더하고 있는 듯하다.


20대 후반의 아버지께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땀 흘려 만드셨을 천안함을 역시 20대 후반의 아들이 정치학을 공부하며 마주하는 경험. 천안함 이 세 글자를 글이나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정치색이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것과는 다르게, 나에게 있어서 천안함은 아버지의 젊은 시절의 한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천안함 6주기. 이날 생을 달리하신 장병 여러분에게 애도의 뜻을 표한다. 사랑 속에 편히 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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