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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

기타와 휘발유

"기타와 휘발유"


고등학교 1학년, 기타를 배웠다. 버스정류장 앞 조그만 기타 학원에서 성함이 '박진영'이라는 선생님으로부터 기타를 잡는 법부터 코드를 쥐는 법 등 하나씩 기타 현이 내는 소리를 만들어가는 법을 배웠다.


몇 개월 동안 배운 실력이지만, 코드의 운용이나 멜로디 잡는 법을 열심히 배운 덕에 그해 학교 축제에서 '비오는 거리'라는 노래를 무대 위에서 부르기도 했다. '인기' 처녀 선생님이었던 담임선생님과 반장인 나, 부반장, 총무 이렇게 4명이서 무대를 꾸몄다.


기타를 배우니


다른 노래를 들으면 기타 소리에 관심이 갔다. 드럼이나 베이스, 보컬의 소리 사이에서 기타의 음에만 귀를 기울였다. 어떻게 이렇게들 잘 칠 수 있는지 흥분하며 악보를 찾아 연습을 해보기도 했고, 기타 연주곡을 찾아듣거나 관련된 영상들을 찾아보기도 했다.


휘발유?


속초와 강릉을 여행하고 돌아오는 길. 친구의 차로 이동을 했던 터라 서울에 도착하면 기름을 넣어야 했다. 친구의 차는 경유 차. 주차장에 고이 모셔져 있지만 내 차는 휘발유 차다. 친구가 기름 가격을 보는데, 친구는 경유의 가격을 본다. 나는 휘발유의 가격을 본다.


평소에도 나는 휘발유 가격만 본다. 경유의 가격이야, 내 차가 먹을 것이 아니니 관심 조차 기울이지 않았다.


기타도 그랬고, 휘발유도 그랬다. 사람은 자기가 관심이 가는 것을 먼저 보거나 아니면 그것만 본다. 노래는 기타 소리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지만 나는 기타 소리만 들었고, 도로 위에는 휘발유 차만 다니는 것이 아니지만 나는 휘발유 가격만 보았다. 나 뿐만 아닐 듯 하다.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에 따라, 어떤 지위에 있는지에 따라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에 따라 - 심지어 성별이나 나이에 따라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이나 듣고 싶은 것만을 본다.


시오노 나나미 여사가 적은 '로마인 이야기'라는 책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율리우스 시저)가 먼 친척인 아우구스투스를 로마 초대 황제로 만들 때, 그를 평가하길.


"보고 싶은 것과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동시에 보는 사람"이라 평했다.


보고 싶은 것이든 듣고 싶은 것이든 먹고 싶은 것이든 자기가 하고 싶고 관심이 있는 것만 보고 듣고 느낀다면, 편하다. 상식이라는 것에 대한 상식이 사라진 최근에는, 결국 자기가 좋은게 좋은 거다. 하지만, 사람은 그렇게 살 수는 없다.


나의 관심사와 타인의 관심사, 나의 위치와 타인의 위치 따위의 것들에 대해 비교는 하지 않아도 배려는 해야 한다. 배려를 해야 좋은 음악이 나오고, 다양한 탈 것들이 도로 위를 다닌다. 배려를 해야 좋은 정치인이 나오고, 좋은 나라가 된다. 굳이 정치가 아니라도. 좋은 가족이든 무어든.


살아가는데 있어 아는 것이 많을 필요는 없다. 살아갈 만큼 필요한 지식이면 된다. 하지만 살아가는데 있어 이해해야 하는 것이 많을 필요는 있다. 나에 대한 이해를 기본으로 타인에 대한 - 나아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높여나간다면, 최소한 내 이야기만 무조건 옳다는 사람은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좀 더 나은 어른이나 사람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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