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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4. 21. 00:14 내 생각

길어도 괜찮아.”

 

페이스북을 시작한 것은, 2009년 일본에 있을 때였다. 그때만 해도 한국에서는 페이스북이 그렇게 유명하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꽤 많은 친구들이 가입을 했고, 서로의 일상과 가벼운 인사를 담벼락에 남기는 도구로서 좋은 도구라 여겨졌다. 당시의 페이스북은 지금의 페이스북과는 상당히 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화면은 훨씬 조잡했고 채팅 기능은 있지도 않았으며, 무엇보다 이렇게 광고가 많지 않았다.

 

벌써 7년 째 페이스북을 하고 있다.

 

뭔가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한 서비스를 사용한다는게 놀랍기도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나에게 있어 약 1년 반 전부터 페이스북 사용에 변화가 생겼다는 점이다. 특별한 변화는 아닐지 모르지만, 페이스북에 어머니께서 가입을 하신 것이 그 계기가 되었다. 어머니께서는 몇 해 전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셨으면서도 페이스북은 하시지 않으셨다. 아마 하시는 방법을 모르셨을 것이다. 1년 반 전 고향에 내려간 김에 어머니의 스마트폰에 페이스북을 깔아드렸다. 집에 노트북도 한 대 내려보내드렸는데, 노트북보다는 폰이 쓰시기 편하실 듯 했다.

 

그리고 나는 페이스북에서 더욱착한 사람이 되었다.

 

어머니께서 가입하시기 전에는, 술을 마신 뒤 다소 우울한 내용이나 특정한 누군가를 비방하거나 정치적으로 날카로운 글을 마구 싸적어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가입 이후, 나는 더 이상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불편해졌을까? 답답해졌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물리적 거리가 먼 어머니와 더욱 심리적으로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리고 글을 적을 때에도 읽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며 적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를 통해 어머니께서는 페이스북을 하시면서, 작은 아들이 서울에서 어떻게 하며 살고 있는지를 직접 보실 수 있게 되었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 어떤 고민이 있는지를 아실 수 있게 되었다. 또 작은 아들의 글을 꼭 읽으시며 응원의 한 마디나 농담 한 마디까지 던져주시게 되었다.

 

그리고 또 나는, 내 글의 팬을 얻었다.

 

어머니께서는 내가 적은 글은 꼭 읽으신다 하셨다.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읽으시곤 나에게 어머니의 생각을 말씀해주신다. ‘정말 좋은 글이다.’ ‘이번 글은 좀 이해가 잘 안된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시며 내게 조언해주신다. 어머니는 내 글의 팬이다.

 

얼마 전, A4 용지 두 장 분량의 글을 페이스북에 적었다. 어머니께서 그 글을 다 읽으셨다며, 이야기를 이으셨다. “매일 올라오는 너의 글이 갑자기 올라오지 않으면, 무슨 일이 있나 걱정하게 된다.”하신다. 나는 이렇게 대꾸했다. 글을 매일 적는 건 아니에요. 그러니 기다리지 마세요. 어머니께서 말씀 이으시며, “글이 길어서 읽기 힘들지만, 끝까지 다 읽을테니 계속 글 적어줘.” 내가 되묻는다. 글이 길어요? 그럼 좀 짧게 적을까요? 어머니 대답하시길,

 

길어도 괜찮아.”

 

되도록 길게 적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가끔 길어지면 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다. 이 글 역시 그럴지도 모르지만, 어머니께서는 괜찮다 하신다. 길어도 읽어주시는 마음이 고맙고 또 한편으로 미안하다.

 

페이스북을 한 지 7. 지금은 단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드러내고 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를 훔쳐볼 수 있는 도구가 아니다. 꽤 멀리 살고 있는 나의 가족에게 혹은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누군가 나의 가족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지금, 2016, 32살의 권현우라는 사람은 이런 이야기를 해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는 목소리가 되었다.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 기쁘다. 읽어주셔서 고맙다. 누구보다 어머니.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들은 오늘도 하루 열심히 살았고, 내일도 오늘 보다 나은 하루를 살기 위해 노력할겁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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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맥스(Max) 가고파라가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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