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20161223
고속버스 안, 창가에 앉으신 어머니와 복도에 앉은 작은 아들. 오론도론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며 서울을 향해 가고 있는 모자를 쓰지 않은 모자. 시내를 빠져나가 고속도로에 접어들자 창 밖에 산과 들이 보인다. 한국은 참 산도 많다 싶다는 생각이 또 다시 스쳤다. 그때, 어머니께서 내가 모르는 나무의 이름을 나지막이 외치시며 창 밖의 언덕에 손가락을 가리키신다. 내가 그것이 무엇인지도 알아차리기도 전에 언덕은 버스 뒤로 사라져갔다. 그 나무가 무슨 나무였는지 묻자, 그건 어떤 나무이며 이 계절에 꽃을 피운다고 설명해주신다. 그리고 또 이어 무슨 꽃인지를 가리키시는데 이번에는 제법 먼 산에 핀 꽃들이다. 산이 멀어 나도 그 꽃이 어떤 꽃인지 드디어 알아보곤 어머니의 설명을 듣는다. 이어 또 다른 나무, 꽃, 잎의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들을 듣다, 나는 어머니가 신기해졌다. 어떻게 저 많은 꽃들과 나무들을 알고 계실까. 묻지는 않았다. 아마도 어머니께서는 어릴 적부터 꽃과 나무를 보며 자라오셨을 것이다. 그것을 애써 외우려는 노력을 하기 보다, 그저 그것들에 관심을 갖고 이름이 무얼까 궁금해하시며 외삼촌이나 이모들에게 물어 알게 되셨으리라. 나에겐 그저 많고 많은 산이었던 것이 어머니께는 꽃나무가 있고, 열매를 선물해주는 고마운 나무가 모인 학교였다.
그렇게 관심은 세상을 다르게 보게 한다. 사소한 관심이란 없다. 거대한 관심도 없듯이.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소중히 생각하고 관심을 가진다면 어느 하나 허투루 보이는 법이란 없다.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하나하나 알게 되고, 그 안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간다. 관심이란, 큰 힘을 갖고 있지는 않은 듯 보인다. 하지만 한 명의 사람에게 또는 하나의 사물에게 그 사람/그것 만의 이야기를 심어주고, 또 그것으로 그것을 포기할 수 없는 어떤 것을 다시 우리에게 선물해주는 듯 하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라는 문구가 담긴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라는 책. 틀린 말은 아니나, 사랑보다 먼저 갖게 되는 것은 관심이 아닐까. 그것이 비록 사랑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하여도. 뭐, 현대인들은 관심 가진 게 너무 많아 탈은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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