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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2. 19. 21:17 내 생각

'여행과 수강신청'





1. 남들이 많이 듣는다고 내게도 좋은 수업은 아니다.



말 그대로, 남들이 많이 듣는 수업이라고 소문이 난 수업들은 학점을 잘 주거나 수업이 편한 수업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수업이 반드시 나에게 맞는 수업이라는 보장이 없다. 수강신청 이야기로 하면, 학점을 잘 준다는 수업이라도 절대평가가 아닌 이상, 누군가는 반드시 C이하를 받는다. 그리고 수업이 편하다는 것은, 열심히 공부를 할 필요가 없다는 말. 다시 말하면, 한 학기 동안 수업을 들어도 머리 속에 남는 것이 없다는 말이다. 그런 수업을 비싼 등록금 내고 들을 필요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학점만을 따기 위해 들어온 곳이 대학이 아니라면 말이다. 남들이 많이 듣는 수업은 결국 남들에게는 좋은 수업일 수 있겠지만, 자신에게는 최악의 수업이 될 수도 있다.

 

여행도 마찬가지. 남들이 가서 좋은 여행지나 국가라고 해도, 자신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일본 오사카 정도가 딱 적당한 예인데 비자도 필요 없어지고 항공권도 싸게 많이 나오는 관계로 오사카에 많이 간다. 하지만 가보면 일본 사람보다 많이 만나는 게 한국 사람(특히 난바)이고, 예전부터 관광지였지만 이제 한국인들 대상으로 한 상술들이 많이 들어와 여행지라기 보다 쇼핑지구 혹은 식당지구 느낌이 많이 든다. 그리고 이미 너무 많은 정보들을 알고 있어서 가서 막상 보면 새로운 감동이나 일본 특유의 장점을 찾기 보다 '이미 어디서 본 듯한 사진'이나 '어디서 먹은 듯한 음식'만을 남기게 된다. 그리고 돌아올 때 사오는 것들도 '도쿄 바나나'나 폼클렌징 크림 등. 그래서 오사카 여행은, 기본만 해도 손해는 없지만 자신의 경험이나 추억에 쉽게 남지 않는다. 돈은 들였지만 좋은 여행이었다 라기 보다 '좋은 쇼핑'이었다 정도가 남는 여행. 그래서 남들이 많이 간다고 해서 쇼핑을 싫어하거나 한국 사람들이 너무 많이 가는 여행지는 피하는 게 좋다.



2. 강의 위주의 수업인지, 토론(발표) 위주의 수업인지를 확인하자.



수강신청을 하기 전에, 강의계획서 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강의계획서라는 게 있습니다. 여러분.) 그 강의계획서에는 이 수업이 어떤 교재를 갖고 수업을 할 것이며, 수업 방식과 평가 방식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적혀 있다. 그것을 읽으면 수업이 교수님이 일방적으로 강의를 진행하는 스타일의 수업인지, 아니면 학생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수업인지를 알 수 있다. 우선 자신이 어떤 스타일인지 혹은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는지를 먼저 파악을 해야 한다. 강의 방식이 좋은 학생은, 이해 능력과 암기 능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학생일 것이고 토론(발표) 위주의 수업이 좋은 학생은 팀워크에 뛰어나거나 수업을 통해 친구들을 사귀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일 것이다. 우선 자신이 어떤 스타일의 사람인지를 먼저 파악을 하고, 강의계획서를 보고 수강 신청을 해야 최악의 선택은 피할 수 있다.



여행도 마찬가지. 크게 여행을 패키지와 자유 여행으로 나눌 수 있고, 자유여행에도 혼자 가느냐 친구를 포함하여 둘 이상 가느냐 로 나눌 수 있다. 패키지는 어차피 혼자 간다는 개념이 애매하기 때문에 자유 여행에만 혼자/친구랑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여행 자체에도 '휴양'이 목적이냐 '탐험'이 목적이냐 로 나눌 수 있는데 휴양과 탐험은 여행지를 선택할 때 매우 중요하다. 휴양을 하고 싶은 사람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나 일본의 온천지역을 선호할 것이고, 탐험 스타일의 사람은 남/북미나 유럽 등지를 선호하리라 생각한다. 탐험이라고 적긴 했지만 오지여행을 가는 것은 아니고, 평소 접하지 못한 문화나 문물을 접하려는 의도가 있는 여행을 탐험이라 통칭했다.(실제로 오지로 여행가는 건 당연히 탐험) 탐험이냐 휴양이냐 역시도 자신이 어떤 스타일이냐 따라 다른 여행지를 갈 수 있다. 그리고 패키지와 자유 여행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직접 계획 짜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자유여행,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패키지가 좋다. 스타일에도 맞지 않은데 굳이 자유 여행을 해서 일정 변경이나 숙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껴안기 보다 패키지라도 좋은 곳이 있으면 패키지를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 '친구와 함께'가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 여성분들 중에 일부는 외국 여행을 할 경우 혼자 가면 무섭다고 친구와 함께 여행을 가시는 분들이 있다. 물론 친한 친구와 함께 가겠지만, 여행에 가서 여행지의 상황이나 현지인보다 친구가 무서워 질 경우도 있다. 어떤 곳이든 둘 다 처음 가보는 곳이면 긴장하게 되고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고, 만약 다투기 까지 하게 되면 여행은 여행대로 망치고 우정은 우정대로 금 간다. 여행을 혼자 갈 것인지 친구와 갈 것인지에 대해서 판단이 잘 되지 않는 사람들은, 여행을 같이 언젠가 가보고 싶은 친구가 있으면 먼저 함께 국내여행을 가볼 것을 추천한다. 국내에서는 말도 다 통하고 돈 문제도 없으니 크게 충돌할 것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겠지만, 단 둘이 의논해서 해결할 문제들은 지역과 나라를 떠나서 언제든 일어나기 마련이고, 거기서 자신의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다. 길게 적었지만, 수강신청도 마찬가지고 여행도 마찬가지고 자기 스타일을 알아야 한다. 자기 스타일도 모른 채 남들이 하니까 따라 하거나, 막연한 불안함 때문에 친구와 무조건 함께 를 외친다면 자신도 힘들고 같이 간 누군가도 반드시 힘들어 지게 마련이다.

 



3. 내가 듣고 싶은 수업이 좋은 수업.

 

1번과 맥락이 통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포인트가 다른 내용이 있다. 대부분 선배들이 추천하는 수업은, 앞서 말했던 것처럼 성적 잘 주고 듣기 편한 수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런 만큼 수강신청 경쟁률은 치열하고, 막상 수업을 들어도 자신에게 맞지 않으면 헛돈 그리고 헛시간 날리는 것이라는 것은 앞서 설명했다. 그렇다면 어떤 수업을 들어야 하는가 하면, 자신이 듣고 싶은 수업을 찾아서 들어야 한다. 교재와 수업 방식은 강의계획서에 적혀 있는 대로 하는 교수님들이 대부분이니, 꼼꼼히 살펴보거나 혹은 수강신청 전에 궁금한 게 있으면 강의계획서에 적혀 있는 교수님 메일이나 연락처로 질의를 보내도 된다. 어떤 수업에 관심이 생기고, 그 내용에도 관심이 있다면 그 수업을 신청하면 될 것인데, 가장 크게 걱정되는 것은 역시 학점이겠다. 하지만 학부수업의 수준에서 자기 학과 학생이든 타과 학생이든 수업을 들었을 때, 전혀 이해가 되지 않게 수업이 진행되는 경우는 없다. 또 어떤 수업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듣고 싶은 수업인 만큼 다른 학생들보다 열의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가 교수든 박사과정이든 혹은 시간강사이든 관계 없이 수업시간에 열의를 보이는 학생에게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제공한다. 그것이 반드시 학점이 아닐지 모르나, 열의를 갖고 열심히 공부를 하면 학점은 분명 좋게 나올 것이다.

 

여행도 마찬가지. 남들이 가는 여행지 말고, 자신이 정말 가고 싶었던 여행지를 찾았다면 그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불안감보다 궁금증과 호기심 혹은 어떤 주제를 갖고 여행을 떠나라. 이미 인터넷에 여행지에 대한 많은 정보가 있으니, 자신이 가고 싶은 여행지를 찾았다면 그곳에서 자신이 정한 주제에 맞는 여행코스를 새롭게 짜보거나 소소한 일탈 등을 추가한다면 분명 좋은 여행이 될 것이다. 남들이 다 가는 여행지는 분명 검증이 되었다는 안도감은 들 수 있겠으나 새롭게 개척하는 재미는 반감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미 책에 나와 있는 어떤 식당이나 유스호스텔, 관광지 말고 현지에 직접 가서 현지인에게 길이나 식당을 묻거나 추천을 받으면 현지인만 알고 있는 좋은 곳을 추천 받을지 모르니 그런 재미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어느 나라든, 여행자들이 자신의 나라 혹은 도시에 관심을 갖고 어떤 질문을 해오면 그 고마움을 반드시 느낀다. 그래서 그 열정이 전달되어 더욱 좋은 여행지가 될 수도 있는 가능성을 놓치지 말길. 수강신청도 마찬가지고 여행도 마찬가지고, 자신이 주도하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면 성공하는 것은 분명하다.

 

4. 수업이 끝난 뒤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리를.

 

수강신청이 끝나고, 학기가 시작되면 수업에 맞춰 학기가 시작된다. 학기가 시작되면 첫 주는 수업에 대한 설명으로 채워지고, 보통 두 번째 주부터 진짜 수업을 시작하는 학교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한 달 반 정도가 지나면 중간고사를 치고, 다시 한 달 반 정도가 지나면 기말을 친다. 길게는 4개월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3개월 정도의 체감 기간을 갖는다. 그 이유는 3월이 되면 신입생들은 학생회나 학교의 일정에 짜여진 행사로 정신이 없고, 정신 좀 들까 싶으면 중간고사, 중간고사가 끝나서 좀 놀까 싶으면 레포트 하나, 레포트 하나 다 쓰고 좀 쉴까 하면 기말고사를 치기 때문에 뭐가 어떻게 지났는지를 알 수가 없다. 신입생뿐만 아니라 2,3학년도 마찬가지이다. 신입생 들어왔다고 좋다고 같이 놀다가 같은 결론으로... 최근에는 취업 준비와 학점 관리 때문에 노는 학생들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한 학기가 짧게 느껴지는 것은 여전하리라. 이런 짧은 느낌을 줄이기 위해서는, 매주 수업이 끝나고 나면 자신만의 방식으로 수업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트를 정리하든 교과서를 다시 읽든 아니면 녹음을 해둔 파일이 있다면 녹음을 통해 다시 수업을 되새김질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매주 수업이 끝나고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까 싶겠지만, 대부분의 대학 시험이라는 것이 이해와 암기 능력을 묻는 시험이 기본이므로 시험기간이 되면 다들 암기에 열을 올리게 된다. 하지만 술과 연애(실패)에 찌들어 있던 자신을 시험기간 직전에 발견하고, 3월 중순에 배운 것을 기억해내려 하지만 노트에는 누군가 기억은 안나지만 자신의 글씨체로 써놓은 내용만이 가득하다.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는, 매주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수업에서 배운 내용들을 정리해 놓으면 시험 대비뿐만 아니라 자신의 지식 축적에도 큰 도움이 된다.

 

여행도 마찬가지. 여행을 양적으로 다니는 사람이 있고, 질적으로 다니는 사람이 있다. 굳이 나눌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많이 다녀보고 어디가 좋은지 알아보자는 사람이 양적으로 여행을 다니는 사람이고, 한 군데를 가더라도 그곳이 어떤 곳인지 잘 살펴보고 관찰하고 또 그것을 통해 얻은 경험이나 지식들을 자신의 방식으로 정리해 놓는 사람을 질적인 여행을 다니는 사람이라 구분하고 싶다. 양적과 질적 중 무엇이 좋다 나쁘다의 기준이 아니라, 양적인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 역시도 분명 질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다시 말해,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여행을 잘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방식대로 여행을 정리한다. 그 방식이 사진이 되었든 글이 되었든 아니면 그림이 되었든 다양하지만, 아주 긴 여행에서는 규칙적으로 기록을 정리하고 남기고, 짧은 여행에서는 집으로 돌아온 뒤 사진이나 메모 등을 바탕으로 정리를 하곤 한다. 그런 것들이 모이고 쌓여 여행기나 여행 에세이가 되는 것이다. 여행을 많이 다니는 사람들은, 그 여행 당시의 기억을 소중히 생각하고 또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정리를 한다. 그래서 누군가 어느 여행지에 대한 질문을 하면 마치 어제 갔다 온 것처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여행 중/후의 정리가 가지는 힘이다. 마치 대학수업을 들은 후 자신의 방식대로 정리한 내용들이 자신이 지식이 되듯.



 

5. 방학은 정리이자 재정비

 

한 학기를 다 보내고 나면, 학기 초의 수강신청은 기억에도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다시 수강신청이 돌아온다는 것은 분명하다. 신입생의 경우, 대학교라는 곳이 이런 곳이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을 테지만 분명 반복된 실수를 할 것이다. 오히려 더 학점 잘 주는 수업은 없는지, 이왕 시험공부 한다고 힘들 것 학기 중이나 좀 편하게 다니자 싶어 레포트도 없고, 과제도 없는 수업을 찾아 다니는 하이에나처럼 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대학생활은 딱히 지식의 측면에 있어서는 기억이 남지 않는다. 물론 수업에 충실하지 않은 대신 학생회나 동아리 활동, 대외활동에 참여한다면 또 다른 측면에서 만족감을 느낄 수는 있다. 하지만 수업을 통한 지식측면에서는 충실하지 않을 수도 있다. 방학은 말 그대로 방학이고, 대학의 방학은 도약의 계기가 된다. 학기 중에는 수업을 소화하느라 깊게 읽지 못했던 전공서적이나 추천도서를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생기기도 하고, 직접 답사를 가볼 여유가 없었던 곳에 답사도 갈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어느 분야와 어떤 방식에 관심이 있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고,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감을 높여나갈 수도 있다. 이런 방학기간 동안 다음 학기를 준비하고, 한층 성숙된 학기를 보낼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다.

 

여행도 그렇다. 일정한 주거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여행이 끝나면 그곳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다시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한다. 분명한 것은, 여행을 떠나 있는 기간 만큼 여행과 여행 사이의 기간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행에서 무엇을 느꼈는지를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여행지에서 만났던 사람과의 소통을 통해 서로가 느낀 색다른 느낌을 공유할 수도 있다. 그리고 다음 여행지에 대한 준비와 정보습득을 할 수 있는 기간이 되기도 한다. 여행은 여행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는 데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가고 싶다 라고 마음 먹는 순간부터가 여행이다. 실제 여행은 아닐지라도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행에 대한 기대와 그 기대에 부응하는 착실한 준비는 다음 여행에서의 큰 보답으로 다가온다. 여행을 준비하면서는, 어떤 여행지가 자신에게 맞는지 혹은 자신이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확인하거나 필요한 여행자금을 모을 시간이 되기도 한다. 또 여행 메이트를 찾기도 한다. 여행과 여행 사이의 기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다음 여행지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천차만별이다. 마치 방학에서의 성장이 다음 학기에서의 성장으로 이어지듯이 말이다.

 

 

여행을 많이 다녔다고는 못해도, 한 번 다녀온 여행지는 소중히 생각하고 있다. 여행과 수강신청이라는 두 가지의 전혀 다른 행위가 연결이 될 수 있을 듯 하여 글로 옮겨보았다. 수강신청이라고는 해도 대학생활 전반을 다루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고 또 이미 수강신청이 끝나버린 대학도 있어 시기에 적절성에는 문제가 있어 보이긴 한다. 그리고 여행도, 개인마다 다양한 방식이 있고 또 그만큼 수단이 어울리는지 혹은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 역시 다양해 쉽게 이야기를 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대학의 한 학기를 짧은 지식 여행이라고 본다면, 수강신청 역시 여행의 준비라고도 할 수 있고 여행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행은, 직접 여행을 하는 것만큼 간접 여행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읽어보고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참조해주시길, 감히 바라본다.

 

추신. 수강신청은 대학을 들어가서 하는 것인 만큼 이 글을 쓰면서, 대학을 가지 않았거나 혹은 가지 못한 분들에게 불편함을 드리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수강신청은 대학생들이 자신이 어떤 수업을 들을 것인지를 정하는 과정입니다. 대학생활의 내용에 대해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느끼신 분이 있으시다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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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맥스(Max) 가고파라가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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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2. 14. 19:33 카테고리 없음

"무엇을 규탄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2016.02.15.



2016년 발렌타인데이의 홍대 거리. 눈발은 조금 날렸지만, 매우 추운 날씨였다. 발렌타인데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홍대는 언제나 그랬던 것인지 사람들이 많다. 한 남자는 오랜만에 나온 홍대 거리에서, 이상한 목걸이를 건 채 서 있다. 목걸이에는 영어로 "ASKME"라 적혀 있었고, 그 아래에는 일본어와 영어를 할 수 있다는 뜻으로 '日本語'와 'ENGLISH'가 다소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몇 분을 채 서있지 않았지만,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헤메이는 듯한 사람들에게 길을 알려주었다.

그러고 있던 중이었다.

무거운 짐가방을 든 중년의 동양 남성이, 한 남자를 향해 다가왔다. 남자는, 자신의 목걸이를 보고 길을 물어볼 것이라 확신했고 역시 중년 남성에게 다가갔다. 영어로, 길을 잃었냐 물었다. 하지만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짧은 순간이었지만, 남자의 바로 옆으로 비슷한 연배의 동양 여성이 중국어로 남자에게 묻기 시작했다. 가족인 듯 보였다. 스마트폰을 보여주며, 빠른 중국어로 이야기를 하는데 남자는 중국어가 그리 유창하지 않은 탓에 거의 대부분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그 여성이 가르키고 있는 것이 '찜닭'이라는 것과 그것의 주소가 이화여대 인근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남자는 '여기서 멀다' 라는 것을 짧은 중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설명을 했다. 어느샌가 남자 주변에는 한 가족이 모였다. 대여섯 살이나 되었을까, 어린아이 세 명과 중년 남성의 어머니로 보이는 노인이 앞서 설명한 중년 남성, 여성과 함께 남자를 둘러쌌다.

'여기서 멉니다. 하지만 같은 음식을 파는 가게라면 이곳에도 있을 것입니다.'

다시 영어와 중국어를 섞어 가며 남자는 설명했다. 중년 여성은 알아들었는지 알겠다고 한다. 네이버 지도를 찾아보니, '안동찜닭홍대점'이 걸어서 약 5분거리에 있는 걸로 파악이 됐다. 함께 걷기 시작했다. 남자는 아이들과 노인들과의 속도를 맞추어가며 홍대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안동찜닭홍대점은 홍익대 정문의 길을 넘어 있는 곳에 있었고, 남자와 중국인-길을 걸으며 중년 여성에게 어디에서 왔냐 물으니, '다린'에서 왔다고 대답했다 - 가족을 만난 곳은 홍대입구역 8번 출구에서 가까운 공터였다. 평소 같았으면 5분 정도면 충분한 거리였지만 발렌타이 탓인지 덕인지 사람들이 많았고 아이가 있었으며, 그들은 짐도 많이 들고 있었고 또 추웠다. 홍대 정문 앞길을 건너려는데, 중년 여성이 아직 멀었는지, 얼마나 걷는지를 중국어로 묻는다. 넉넉히 5분 남았다고 대답했다. 아이들과 중년 남성 그리고 노모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다시 나타났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나를 보며 꾸준히 따라고 오고 있는 듯 했다. 길을 건넜고, 지도에 표시된 위치에 도착했다.

하지만.

안동찜닭이 보이지 않았다. 지도의 위치는 남자가 서 있는 곳을 가르키고 있었지만 안동찜닭은 없었고, 찜닭 냄새조차 나지 않았다. 남자는 당황했다. 날씨는 추웠고, 사람들은 많았고 중국인 가족은 분명 지쳐 보였다. 잠시 기다리라고 말한 뒤, 남자는 주변의 가게에 들어가 안동찜닭이 옆 건물에 있지 않았느냐 물었다. 대답은, 한 가게에서는 자신은 모른다 였고 또 다른 가게에서도 역시 잘 모르겠으나, 아마 지금 없다면 문을 닫은 것이 아닌가 하고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다.

남자는, 미안했다.

남자를 믿고 걸어 왔던 가족들이 힘들어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중국인 가족들은, 가게가 없어졌다는 것을 이해한 듯 내게, 다른 가게에서 다른 음식을 먹을테니 남자에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 연신 고맙다라 말해준다. 남자는 자기 탓에 추위에 떤 것이 아닌가 하며, 미안함에 '뚜이부치', 미안하다는 말을 연신 주억거린다. 노모부터 아이들까지 모두 추워보였지만 한 명도 잊지 않고 남자에게 고맙다 말해주며, 안동찜닭홍대점이 사라진 건물의 뒷골목으로 들어갔다.

남자는, 화가 났다.

첫 번째로 화가 난 대상은, 네이버 지도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네이버였다. 왜 없어진 가게를 지도에 번듯이 올려놓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네이버 지도를 사용하는 사람이 내국인인 한국인이라 할지라도 가게나 빌딩이 없어졌거나 이동했을 때는 알려줘야 아닌가, 생각했다. 현실적으로 모든 가게의 이동을 네이버라는 회사가 확인할 수 없다고 해도, 변경된 사항을 업데이트 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가능하다면 법으로 규정하도록 하고 싶었다. 가게의 위치를 바꾸거나 인터넷에 등록을 해야할 경우, 변경된 위치를 각종 포털이나 지도 등에 알려주는 것을 의무로 만든다면 이런 불상사는 사라질 것이다.

두 번째로 화가 난 대상은, 가게를 옮긴 사람들이었다. 이유야 다들 있겠지만, 손님과의 약속을 함부러 져버린 듯 했다. '지난 번 거기 맛있더라' 라는 생각으로 '거기 다시 가자'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다면 그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실망 뿐이었을 것이다. 가게를 옮긴 사람들에게 순간 화가 났지만, 이것은 주요한 대상에 대한 주된 화가 아니었다. 사실 첫 번째의 대상이었던 네이버 역시 그렇다.

마지막이자, 진실로 화가 났던 대상은 '이런 현상' 그 자체였다. 최근에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는 용어로, 유명지가 아니었던 곳이 사람들이 몰리고 유명지가 되면서 그곳의 임대료와 지대가 올라 원래 살던 사람이 떠나게 되는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홍대는 과거에는 인디음악과 미술 계통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만들었던 곳이지만, 지금은 그저 흔한 번화가가 되었을 뿐이다. 사람들이 몰리니 매장이나 가게가 장사가 잘되고, 자연스레 지대가 오르는 것은 고등학교 한국지리 시간에도 배우는 매우 상식적인 내용이다.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하게 되었을 경우, 상식은 여지 없이 그 범위를 벗어나게 되었다. 홍대에서, '오래된 가게'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역사와 전통'을 가진 가게는 존재하지 않고 언제나 어떤 아이테이나 유행하는 품목이 있으면 그것으로 손쉽게 변하게 되고, 지대와 임대료는 '권리금' 등의 법으로는 규정되지 않는 암묵적 동의에 의해 운용되는 곳이 되어버렸다. '이런 현상'은, '너무나 쉽게 모든 것이 돈벌이에 의해 결정되는' 현상, 그 정도일 것이다.

홍대가 정체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남자는 홍대가 가진 자유로운 분위기와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개성을 드러내는 실질적 공간으로서 홍대가 유지되기를 바랬다. 하지만 이번 중국인 가족의 경우가 아니라도, 꽤 많은 외국인들에게 홍대의 길을 안내해주면서, 없어진 가게가 버젓이 관광 책자에 올려져 있는 것을 보기도 했고 지도를 보고 막상 찾아가도 그 가게가 없어진 것을 몇 번이나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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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찾은 중국인의 재방문율은 20%, 외국인 전체로 보면 4% 초반대로 조사되고 있다. 한국에 재방문하는 외국인을 늘리기 위해, 비자 문제나 호텔 문제 등 다양한 방면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런 움직임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은, 이런 움직임 역시 외국인을 위한 것이라는 것, 내국인 역시 겪고 있는 문제점을 포괄하지 못한다는데 그 첫번째 부족함이 있다. 서울의 홍대 뿐만 아니라 국내 여러곳에서도 '100년 가게'는 언감생심, 한 세대인 30년을 견디기에도 쉽지 않다. 많은 이유들이 있겟지만, 임대료의 급격한 인상과 퇴직 이후 요식업 개업이라는 일종의 공식 등 경제학적 문제, 사회복지 문제 등과 같이 복합적인 문제가 여전히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내국인으로서 느끼는 문제점은, 고스란히 외국인도 느끼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활용해 현재 위치를 찾고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을 찾기도 하지만, 아직도 이미 출판된 책을 들고 위치를 찾고, 가고 싶었던 가게를 마음에 품고 오기도 한다. 특히 일본 관광객이 그러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없어진 가게는 결국 가지 못한 가게가 되어 버린다. 최신의 정보가 결핍된 관광 자료의 경우, 피해는 생계를 유지하는 한국인과 관광이나 여행을 온 외국인 모두가 나눠 갖게 된다.

한국은 아름다운 나라이다. 급격한 서구화와 도심공동화 현상 등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지만, 특유의 역동성과 전국 각지에 남아 있는 역사적 유적과 또 지역 문화는 세계 어디와도 비교를 거부할 만한 가치가 있다. '세계는 평평해지고' 있고, 의지와 약간의 비용이 있다면 외국은 어느 곳이든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 관광객 모두의 마음은, 와보고 싶었던 한국이었을 것이고, 궁금했던 한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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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남자는, 마음이 무거웠다.

추운 날씨였고, 아이와 노인까지 있는 중국인 가족이 그들이 원하는 것을 먹지 못했다. 이것 역시 슬픈 요소이기도 했지만 한국에 대한 그들의 인상과는 별도로 우리나라를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곳에 대해서, 그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그것 자체가 슬펐다. 확실할 수 없는 그 근저에는, 지금도 임대료와 지대와 권리금에 허덕이고 있는 영세 사업자들의 문제와 한국을 좀 더 한국답지 못하게 만드는 문화 역시 일조하고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한국에 온 모든 이, 한국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이 제대로 한국을 즐기고 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남자는 바랐고, 이 글을 적고 있는 나도 바랐다. 중국인 가족이 따뜻하고 안전하게 오늘 밤, 그들의 숙소로 돌아갔길 바란다.

posted by 맥스(Max) 가고파라가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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