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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현우의500자_116 ‪#‎현우의500자‬ _116 소풍날이다. 머리맡에 잠들기 전 싸놓은 가방에는 과자가 가득했고, 음료수는 시원하도록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나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화장실에 갔다온 뒤 부엌으로 향했다. 가게 뒷편에 집이 있었고 겉보기에는 현대식 빌딩이었음에도 부엌은 묘하게 재래식 부엌의 느낌을 풍겼다. 어두운 부엌 조명 아래서 어머니의 뒷모습이 보였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일어났나. 어머니께서는 김밥을 싸고 계신다. 눈을 부비며 김밥을 사이에 두고 어머니와 마주 앉는다. 대발에 김과 조미된 밥을 놓고 고명이 들어가자 어느새 김밥이 되어 나온다.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슥슥 썰어 나의 입에 하나를 쏙 넣어주신다. 어머니께서는 김밥의 꼭다리를 드시며, 큰 일 할 사람은 이런 거 먹으면 안된다 하신다. 김밥은.. 더보기
현우의500자_38 #현우의500자 _38 소풍 전날에는 슈퍼를 갔다. 소풍날 먹을 과자를 사기 위해서인데, 내가 가는 슈퍼는 정해져 있었다. 바구니에 먹고 싶은 과자를 사서 카운터에 들고 가면 슈퍼 사장님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셨다. "내일 소풍가는가베?" 나는 만면에 웃음을 띠고 대답한다. 예! 사장님은 바구니를 다시 드시곤 가게 이곳저곳을 다니시며 내가 살 수 없는 가격의 과자를 바구니 잔뜩 담아 오신다. 그리곤 아무 말 없이 과자를 봉투에 담아 주시며 "내일 소풍가서 재밌게 놀다와라."고 말하신다. 고맙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양손에 과자 꾸러미를 들고 집으로 돌아와 과자를 차곡차곡 가방에 넣으며 몇 봉지의 과자는 그 자리에서 까서 먹는다. 다음날 소풍에서 나의 과자는 언제나 인기가 있었다. 집에 오는 길, 과자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