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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6.11.27 불편한 것은 때론 도움이 된다.
  2. 2016.05.18 이런 이야기
2016. 11. 27. 20:19 내 생각

"불편한 것은 때론 도움이 된다." 20161114


고등학교에 갓 들어갔을 때였다. 일제시대부터 사용해오던 교사(校舍)가 낙후된 탓에 안전하지 않자 새롭게 교사를 짓기 시작했다. 신입생인 우리 1학년은 과거 도서관으로 사용하던 건물에 둥지를 틀었고, 그마저도 교실으로 사용할 공간이 충분하지 않자 옥상에 컨테이너 박스도 올려야 했다.


주목적이 도서관이었던 건물이었으므로, 그 건물에는 화장실이 충분하지 않았다. 그탓에 건설현장이나 관광지에서나 있을 법한 이동식 화장실이 건물 가까이 설치되었다. 개학을 막 했을 당시에는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으나, 시간이 지나고 여름이 다가오면서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400명이 넘는 혈기왕성한 남학생이 싸대는 오줌과 똥의 냄새는 참으로 복잡한 심경을 들게 했다. 이런 곳에서 공부를 하라니, 어이가 없었다.


그러던 중 묘한 느낌이 들었다. 더워서 창문을 열고 수업을 들을 때였는데, 집중이 잘된다는 느낌이었다. 왜 이런지 궁금해서 화학시간에 선생님께 질문했다.


"쌤, 화장실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처음에는 맡기 싫었다가 뭔가 계속 맡다보니 정신이 또렷해지는 거 같습니더. 이거 와 이런겁니꺼?"


내가 있던 교실은 2층이었고, 임시화장실은 건물 1층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 창문을 열면 그 냄새가 정확히 우리 교실로 들어왔다. 화학 선생님은 창문을 열어보시곤, '암모니아 냄새네.' 라고 하셨다. 소변에서 나온 요산이 화학작용을 일으켜 암모니아가 된 듯 하시다면서, 암모니아 냄새는 사람한테 각성이나 집중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하셨다. 신기했다.


냄새나고 더럽다고 생각했던 어떤 것이, 그것을 느끼는 감정과는 다르게 삶에 도움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나자 더러운 느낌은 들었지만, 집중이 잘 되지 않을 때 창가에 서서 암모니아 냄새를 킁킁거리는 일이 종종 있었다.


지금의 우리 사회도 그렇다. 짧게 잡아도 1987년 이후 새롭게 형성된 민주주의 질서가 무너져가고 있는 느낌이다. 일제식민지를 거쳐 해방된 사회에서 시간적으로 길고 더러운 독재와 여러 민주주의적 실험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하지만 지금 어디선가 더러운 냄새가 나고, 그 냄새를 참을 수 없는 사람들이 100만명이나 모이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그 더러움이 우리가 스스로 뽑은 대통령과 정부에 의해서 자행된 것이기도 하고 또 방관한 책임이 있는 여러 주체들, 예를 들어 언론과 지식인 등에게도 있다고 하면 쉽게 대놓고 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이 더러움, 분명 도움이 된다.


민주주의가 일상이었고, 그것은 쉽게 지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사이 피어오르던 더러움은 일부의 어떤 것이거나, 쉽게 정화할 수 없는 어떤 것이라 여기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더이상 참지 못할 것이 되니, 사람들은 민주주의에 대해 다시 고민할 수 있게 되었다. 쉽게 말하면, 더러움이 있었기에 - 민주주의와 헌정질서에 대한 파괴와 농단이 있었기에 - 그 가치를 깨달은 것이다.


더러움은 때론 도움이 된다. 내가 고등학교 때 느꼈던 암모니아의 더러움은 공부에 집중하게 도왔고,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민주주의와 헌정질서 파괴는 거의 모든 국민이 그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더러움이 도움이 되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안고 살아갈 순 없다는 것은 분명한 일이다. 학교 건물은 새롭게 지어졌고, 그 건물에서 스스로의 노력으로 집중해야만 했다. 마찬가지로 무너진 민주주의와 헌법질서에서 그 더러움을 인내하며 살기에는 한계가 있다. 새롭게 민주주의의 건물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물론 새로운 건물에도 화장실은 있겠지만, 우리가 청소할 수 있고 통제할 수 있는 더러움을 만들어야 할 것은 아닐까.


더러움은 때론 도움이 되지만, 그 더러움을 치우는 것 역시 사람들이다. '더러웠지' 라는 것을 기억하며, 다시는 그런 경험을 하지 않기 위해 미래를 더욱 깨끗이 만들기 위해 노력할 일이다.


posted by 가고파라가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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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5. 18. 09:06 내 생각

이런 이야기가 떠오른 적 있다.


한 아이가 어머니가 자기 전에 몰래 먹는 하얀 통에 든 것을 몰래 빼오는데 성공했다. 어머니가 그것이 사라진 것을 알아차리기 까지는 하루라는 시간이 생겼고, 아이는 그것을 어머니가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기 1시간 전에 몽땅 입에 털어넣을 것이라 다짐했다. 평소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불만도 없고, 자신이 자신을 둘러보아도 굳이 힘든 것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더욱 힘든 그런 아이였다. 하지만 어느날 문득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라는 지나치게 사춘기스러운 고민을 맞딱뜨리게 되었고, 그 해답으로 찾은 것이 '의미 없다'라는 극단에 머무르게 되었다. 
아이는 하루라는 시간을 평소와는 다르게 쓰기로 한다. 다르게 쓴다고 해서 학교를 빠지거나 일탈을 즐기지는 않는다. 자신이 만약 무엇인가 특이한 일을하게 되면 그것은 자신의 삶에서 의미가 생기는 것이므로, 평소를 더욱 평소답게 보내고자 했다. 그날이 달라질 때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간 뒤, 어머니의 퇴근 한 시간 전 뿐이어야 했다.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자기 전 일기장을 편다고 해도 적을 것라고는 날씨 정도에 지나지 않을 날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께서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7시, 그럼 자신의 행동은 6시 정도에 실행하면 된다. 뒹굴거리다 빈둥거리다 보니 어느새 6시가 되어 있었다. 배는 고팠지만, 이 아이는 의미가 더욱 고팠다. 하얀 약통을 숨겨둔 곳에서 꺼내 와 물 한 잔과 함께 든다. 뚜껑을 열고 하얀 약을 한웅큼 꺼내서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입에 털어넣고 물을 벌컥벌컥 한 잔 가득 마신다. 자신의 방에 들어가 이불을 펴고, 조용히 누워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졸립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조금만 있으면 무의미로부터 탈출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에 빠져 든 아이는 오히려 정신이 반짝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최초로 자신의 삶에서 스스로 찾아서 한 어떤 결정적 행위인 탓이리라. 아이는 묘한 흥분과 자신에 대한 대견함이 들었다.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있는데,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니께서 퇴근하고 돌아오신 것이다. 일찍 오신 걸까. 아니다. 시간은 7시를 가리키고 있고, 자신은 어떤 의미도 구하지 못했다. 잠시 설핏 들어다 싶다가도 깨기를 반복하며 생각만 한 시간을 열심히 했고, 지금까지 자신의 삶을 나름 돌아볼 수 있었다는 의미만을 얻었을 뿐이다. 어머니께서 방문을 살짝 열어보시곤 '아들, 자니?'라고 나지막히 묻는다. 대답은 하지 않았다. 잠들어보려 노력했고, 어느샌가 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8시. 잠이 깼다. 아이는 소변이 마려웠다. 참을 수 없어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 화장실로 향했다. 진한 노란색의 소변이었다. 거울을 보니 안그래도 어린 피부가 더 생기가 넘쳐보였다. 왜지? 왜 잠들지 않은거지? 거실로 나오니, 어머니가 저녁 먹으라며, 자는 거 같아서 깨우지 않았다 하신다. 그리고 한 마디 더 하시는데. 
밤마다 먹는 비타민제가 든 통이 사라졌네.


아이는 활짝 웃었다. 저녁이 맛있어보였는지, 아니면 한 시간 잠든 동안 좋은 꿈을 꾸었는지, 그 사이 삶의 의미라도 찾은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자신의 하루가 너무도 어이 없었지만 두고두고 떠올리면 재밌을 것 같아서인지. 우리는 그 답을 알 수 없다. 하지만 아이는, 활짝 웃었다. 다음에 돈을 벌면 어머니께 비타민이나 한 통 사드려야겠다며, 숟가락을 들고 잘먹겠습니다를 말하며 생각했다.

뭐 이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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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고파라가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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