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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

이런 이야기

이런 이야기가 떠오른 적 있다.


한 아이가 어머니가 자기 전에 몰래 먹는 하얀 통에 든 것을 몰래 빼오는데 성공했다. 어머니가 그것이 사라진 것을 알아차리기 까지는 하루라는 시간이 생겼고, 아이는 그것을 어머니가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기 1시간 전에 몽땅 입에 털어넣을 것이라 다짐했다. 평소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불만도 없고, 자신이 자신을 둘러보아도 굳이 힘든 것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더욱 힘든 그런 아이였다. 하지만 어느날 문득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라는 지나치게 사춘기스러운 고민을 맞딱뜨리게 되었고, 그 해답으로 찾은 것이 '의미 없다'라는 극단에 머무르게 되었다. 
아이는 하루라는 시간을 평소와는 다르게 쓰기로 한다. 다르게 쓴다고 해서 학교를 빠지거나 일탈을 즐기지는 않는다. 자신이 만약 무엇인가 특이한 일을하게 되면 그것은 자신의 삶에서 의미가 생기는 것이므로, 평소를 더욱 평소답게 보내고자 했다. 그날이 달라질 때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간 뒤, 어머니의 퇴근 한 시간 전 뿐이어야 했다.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자기 전 일기장을 편다고 해도 적을 것라고는 날씨 정도에 지나지 않을 날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께서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7시, 그럼 자신의 행동은 6시 정도에 실행하면 된다. 뒹굴거리다 빈둥거리다 보니 어느새 6시가 되어 있었다. 배는 고팠지만, 이 아이는 의미가 더욱 고팠다. 하얀 약통을 숨겨둔 곳에서 꺼내 와 물 한 잔과 함께 든다. 뚜껑을 열고 하얀 약을 한웅큼 꺼내서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입에 털어넣고 물을 벌컥벌컥 한 잔 가득 마신다. 자신의 방에 들어가 이불을 펴고, 조용히 누워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졸립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조금만 있으면 무의미로부터 탈출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에 빠져 든 아이는 오히려 정신이 반짝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최초로 자신의 삶에서 스스로 찾아서 한 어떤 결정적 행위인 탓이리라. 아이는 묘한 흥분과 자신에 대한 대견함이 들었다.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있는데,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니께서 퇴근하고 돌아오신 것이다. 일찍 오신 걸까. 아니다. 시간은 7시를 가리키고 있고, 자신은 어떤 의미도 구하지 못했다. 잠시 설핏 들어다 싶다가도 깨기를 반복하며 생각만 한 시간을 열심히 했고, 지금까지 자신의 삶을 나름 돌아볼 수 있었다는 의미만을 얻었을 뿐이다. 어머니께서 방문을 살짝 열어보시곤 '아들, 자니?'라고 나지막히 묻는다. 대답은 하지 않았다. 잠들어보려 노력했고, 어느샌가 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8시. 잠이 깼다. 아이는 소변이 마려웠다. 참을 수 없어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 화장실로 향했다. 진한 노란색의 소변이었다. 거울을 보니 안그래도 어린 피부가 더 생기가 넘쳐보였다. 왜지? 왜 잠들지 않은거지? 거실로 나오니, 어머니가 저녁 먹으라며, 자는 거 같아서 깨우지 않았다 하신다. 그리고 한 마디 더 하시는데. 
밤마다 먹는 비타민제가 든 통이 사라졌네.


아이는 활짝 웃었다. 저녁이 맛있어보였는지, 아니면 한 시간 잠든 동안 좋은 꿈을 꾸었는지, 그 사이 삶의 의미라도 찾은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자신의 하루가 너무도 어이 없었지만 두고두고 떠올리면 재밌을 것 같아서인지. 우리는 그 답을 알 수 없다. 하지만 아이는, 활짝 웃었다. 다음에 돈을 벌면 어머니께 비타민이나 한 통 사드려야겠다며, 숟가락을 들고 잘먹겠습니다를 말하며 생각했다.

뭐 이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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