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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현우의500자_88 ‪#‎현우의500자‬ _88 공익근무요원이었다. 해군에 입대하고 나서야 내 시력이 군대를 갈 수 없을 만큼의 시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종합병원에서 병사용 진단서를 떼어 보아도 결과는 같았다. 공익요원 판정을 받고 4주 간의 훈련 이후 내가 배치된 곳은 아동양육시설이었다. 부모가 버린 아이들이나 학대 받던 아이들이 모인 곳에서 다양한 일을 했다. 차량 운행 및 관리, 학습 지도 그리고 식사 준비가 내 업무 중 하나였다. 그날은 마늘 쫑대 볶음이 반찬으로 나가는 날이었다. 마늘 쫑대를 물에 데쳐 그것을 한 번 씻어 내고, 다시 볶아야 하는 음식이다. 마늘 쫑대를 물에 데치고 그것을 옮기려는데 손잡이 부분이 갑자기 헐거워졌다. 뜨거운 물이 내 왼쪽 허벅지 쪽으로 쏟아진다. 데친 마늘 쫑대를 버리지 않으려.. 더보기
사고실험 사고실험 2014.4.16.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구토를 하는 소리가 났다. 남자의 구토소리다. 무엇을 토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자신이 토를 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울부짖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나 한 것일까. 그가 토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해서 그의 속에서 다시 나온 그 무엇이 과연 그의 속을 차지하고 있었다고 생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분명 그는 무엇인가를 토하고 있었고 그 속에는 그가 이전에 보지 못한 응어리진 어떤 것이 들어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터벅터벅. 걷는 소리가 들렸다. 술에 취했음에 틀림이 없다. 술을 마시더라도 그것이 자신의 몸을 어느 정도로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한 잔의 술은 그에게 흥..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