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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

"좋은 경험으로 끝내서는 안돼."

"좋은 경험으로 끝내서는 안돼."

얼마 전부터 '4월 13일 총선' 관련 몇 가지 행사나 글에 내 이름을 올릴 기회가 있었다. 우연한 기회이기는 했지만, 딱히 할 일도 없었고 또 '정치'라는 분야가 20살 이후부터 지금까지 약 12년 간 내 공부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기에 그 기회를 잡았다.

1월의 어느 날, 여의도의 한 사무실에서 첫 번째 모임을 가졌다. 같은 기회를 잡은 사람들이 모였고, 나름대로 '정치'라는 범위 안팎에서 활동해오던 사람이었다. 누군가는 여성에 관해, 누군가는 NGO에 관해, 또 누군가는 진짜 정치에 뛰어들어 경력을 쌓아가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그날 첫 모임에 우연히 참석한 사람도 있었다.

앞으로의 방향과 4월 13일이 되기 전에 해야할 일 등등을 정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던 중, 기회를 잡은 사람들을 구경하러 온 한 명이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했다.

"지금 이런 활동들이 다 좋은 경험이 되겠죠."

나는 그 말을 듣고, 정색했다. 원래도 인상이 좀 딱딱한 편이지만, 정색을 하면 더 험악해지는 탓에 내 정색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느껴진 모양이다. 나는 내가 정색한 이유를 설명했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다른 누군가를 대신해서 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이런 기회를 잡아 말을 하고 글을 쓰고 있지만, 이 자리에 올 수도 없는 사람들을 대신해서 하고 있는 만큼 단지 좋은 경험으로 남아서는 안됩니다."

사실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다. 진정으로 자신의 삶을 바꾸는 정책이 필요한 사람들 중 대부분은 그것을 표현할 시간도 여유도 없다. 아무리 많은 젊은 정치인 지망생들이 나온다 한들 그 사람들은 일부, 아니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하는 일에 있어서는, '좋은 경험'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누군가는 지금의 경험이 다음 경험과 성장을 위한 발판일 수 있겠지만, 기회를 잡은 사람이나 그것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은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처럼 해야 한다. 더욱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고, 그것이 어떤 형태로든 최대로 반영되게 해야 한다.

정치에서 뿐만 아니다. 해외봉사활동이나 국내봉사활동이 '스펙'의 중요한 한 꼭지가 되었다고들 한다. 언제가 '해외봉사활동, 아무나 가지마라' 라는 글에서 적은 적도 있지만 봉사활동은 나를 위해 가는 것이 아니다. 봉사의 대상이 되는 이에게 있어 우리를 만나는 것은 경험이 아니라, 생존이다. 우리는 생존 앞에 스펙을 이야기하고, 경험을 이야기해서는 안된다. 봉사활동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여행이나 대학원 진학 등 다양한 것들을 통해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좋은 경험?

잘 모르겠다. 어떤 경험이 추억으로 남기에는 그 추억에 담아야 하는 의미가 너무 많은 시대다. 그런 시대를 살며, 경험을 쌓았다 자위하기 보다 '나를 통한 최선'이나 '기회를 가진 것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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