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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

아끼는 법

"아끼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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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공통된 특징 하나. 명품 화장품, (bag)이나 고급 승용차 등 비싼 가격을 주고 산 것은 아끼고 저렴한 것들은 잘 아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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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아버지께서 해외에 나갔다 오시며 남성용 스킨 하나를 내게 선물로 주셨다. 향이 진했고, 병이 예뻤다. 나는 그것을 면도 후 피부결을 정리할 목적으로 상쾌하게 막 썼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유럽에 갈 일이 생긴 나는 비행기 안에 앉아, 내 손바닥에 흥건히 흐르던 그 스킨을 떠올리며 울적해졌다.

 

그 남성용 스킨이 비행기 내 면세 카탈로그에 비싼 가격으로 예쁜 사진과 함께 떡! 하니 실려 있는 것이었다. 몇 십 만원이 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 스킨의 가치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목욕탕 안의 '쾌남'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던 것에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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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비싼 것은 아낀다. 그렇기에 그것은 오래 가고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가 쉽게 훼손되지 않는다. 비싼 것이란, 그것을 사기 위해 들였던 자신의 노력이 돈으로 환산된 것일테고 그런 만큼 아끼게 되는 것이리라. 반면 싼 것은, 망가지면 또 다른 거 사면 되지- 하는 심정으로 함부로 쓰거나 잃어버려도 슬퍼하지 않는다. 그것을 얻기 위해 들인 노력은 미미하기도 하다. 심지어 망가지거나 잃어버리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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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비싼 것일 때도 있고, 아주 값싼 것일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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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친구인 사람은 없다. 같은 동네에 살아서, 같은 학교를 다녀서 친구가 되는 경우도 있고 어려운 시기를 같이 겪어냈기에 나이와 성별을 떠나 친구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친구들 중에 비싼 친구도 있고, 싼 친구도 있다. 비싼 친구란 다시 말하면, 오래된 친구다. 친구라는 단어 자체가 오래되고 가까이 사귄이라는 뜻이라면 동어반복이 되겠지만 요즘, 그렇지 않다. 오랜 친구는 서로 아낀다. 지금의 우정을 이어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시간을 들였다. 헤어지거나 잃어버린다는 생각만으로도 우울해진다. 하지만 값싼 친구는 그렇지 않다. 막 대하거나 영영 보지 않게 되더라도 우울하긴 커녕 오히려 통쾌한 친구도 있다. 값싼 우정이란 들인 시간과 노력 따위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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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 중 좋은 친구가 되는 사람과 별 것 아닌 친구가 되는 사람도 있다. 생각해보면 좋은 친구란 별다른 친구가 아니다. 특별한 추억이 있어서 좋은 친구가 아니라, 그 친구와 좋은 시간과 추억을 갖고 싶기에 좋은 친구다. 별 것 아닌 친구란, 막 대하는 누군가이다. 친구라고 이름 붙이기도 싫을 정도의 사람. 그런 사람에게는 좋은 기억이나 추억 따위 생각도 나지 않고 만들고 싶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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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비싼 것은 아끼고, 싼 것은 아끼지 않는다. 우정도 그렇다. 어떤 계기가 되었든 만나게 된 사람이면, 친밀해지려는 노력까지는 아니더라도 함부로 대하지는 않아야 할텐데, 그러지 않는다. 저 사람 말고도 사람은 많아 보인다. 명품과 사람의 가장 큰 차이점은, 명품은 상처 받지 않지만, 사람은 상처 받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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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해본다. 싼 것이라 생각해서 막 썼던 비싼 스킨처럼, 좋은 친구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서 막 대했던 친구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하고. 또 그 친구가 느꼈을 - 혹은 내가 느꼈을 상처가 얼마나 컸을까 하고. 사람의 가치를 값으로 따졌다는 것, 이것부터 반성해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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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라는 것은 쓰면 쓸수록 넓어지는 것 같다. 서로에게 배려하는 마음이란, 특히 사람에게 있어서 그런 마음이란 나도 사랑받고 존중받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인 듯하다. 좋은 친구란 우연의 결과라기보다 배려가 준 필연의 결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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