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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

아픈 이유

"아픈 이유"


어릴적부터 생일이 있는 4월이 되면 이유 없이 아픈 날이 있었다. 고열과 기침 그리고 어지럼을 동반한 아픔이었고, 그런 날이면 밤새 어머니는 내 옆에 앉으신 채 내 이마에 찬 수건을 올려주셨다. 아침이 되어 병원을 가면 의사선생님은 감기 몸살이라며 몇 일 분의 약을 처방해주셨고, 나는 그것을 생애 마지막 약인양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몇 일이 지나면 씻은 듯 나았다.


지금 이 글을 적고 있는 오늘(2016년 4월 10일) 시점, 이제 3일 동안 지속된 4월의 아픔에서 슬며시 벗어나려 하고 있다. 저녁 식사를 하고 먹은 약에 수면제 성분이 있는지 지금 사실 좀 헤롱헤롱하기도 하고 멍하기도 하다. 하지만 무언가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이렇게 앉았다.


4월의 아픔에는, 이유가 있을까.


몇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환절기의 감기일수도 있고 한국의 학제상 3월에 시작한 새로운 학기에서 느낀 긴장이 4월이 되어 풀린 탓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이유보다는, 4월에 있는 내 생일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태어나며 아팠다는 어머니의 말씀. 낳을 때도 역아여서 목숨을 한 번 놓칠 뻔 했고, 태어나고 나서도 황달을 지난 흑달의 병세 탓에 병원에 다시 입원해야 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몸에 남아 있는 듯 하다.


'태어남을 기억하라.'


몇 해 전 적은 글에, 죽음을 기억하라는 라틴어 '메멘토 모리'가 아닌, 태어남을 기억하라는 뜻의 '메멘토 세로'라는 말을 만든 적이 있다. 라틴어 타동사인 'sero'는 타의에 의해 태어나다 라는 뜻을 품고 있다. 우리가 태어난 것은 결코 자동사가 될 수 없다. 누군가로부터 생명을 받아 태어난 존재. 그러니 태어남을 기억함으로써 우리가 누군가의 의지로부터 태어났다는 것과 가능하다면 그 태어남이 사랑으로 이뤄져 있기를 바랄는 마음을 기억하라는 뜻이었다.


아마도


내가 4월이 되면 아픈 이유는, 그런 탓이다. 4월의 봄꽃 피고 날 따뜻한 날, 나의 삶이 시작되었으니 그것을 기억하고 있기를 내 몸은 아픔으로써 그것을 나에게 일깨워주는 듯 하다. 태어남을 기억해야겠다. 그것도 두 번으로 나눠어서 말이다. 4월 11일은 음력 3월 5일. 가족이 챙기는 내 생일이고, 4월 24일은 가족을 제외한 사람이 챙기는 내 생일이다. 두 번의 생일. 축하 받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태어났다는 것, 그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일일 것이다.


나 뿐만 아니라, 누구나 태어났다. 태어남을 기억하라. 사랑 속에 태어났을 그 때를 기억하라. 죽음은 태어남 이후의 일이니 우선 태어남 부터 확실히 기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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