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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 4. 21:25 내 생각

독서는 취미랄 것도 없으니, 굳이 최근에 내가 가진 취미를 말한다면 “일본 드라마 시청” 정도다. 드라마 시청이 취미라니 참 별 것 아닌 취미다 싶기도 하지만, ‘영화 감상’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의 취미에 속하는 것이 드라마 시청이 아닐까. 그러고 보니 왜 영화는 감상이고, 드라마는 시청이라 부르는 것일까. 이왕 취미라고 적을 거, 멋드러지게 일본 드라마 감상. 이게 내 취미 되시겠다.


최근이라 해도 작년(2016년)의 일인데, 취미의 일환으로 보았던 두 편의 일본 드라마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한 편은 2016년 2분기 드라마 “중쇄를 찍자 (원제 : 重版出来)”이고 또 다른 드라마는 2016년 4분기의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코노 에츠코 (원제 : 地味にスゴイ、校閲ガール河野悦子)”이다. 일본은 1년을 4분기로 나누어 드라마를 제작하고, 큰 변동이 없는 이상 한 편의 드라마는 10화 안팎으로 제작된다. 거의 모든 드라마는 사전제작의 형태로 제작되기에 중간에 스토리를 바꾼다거나 또는 불필요한 설정이 없는 것으로 일본드라마는 유명하다. 그리고 또 하나 일본 드라마가 유명한 점은, 다양한 직업에 대한 소개와 그 직업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게 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것이 작년의 앞서 소개한 두 편의 드라마가 기억에 남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이 두 편의 드라마 모두 출판과 관련이 있다.


우선 “중쇄를 찍자”라는 드라마는, 출판업계 중에서도 만화잡지를 만드는 편집하는 부서에서 일어나는 일을 배경으로 한다. 유도선수로서 체육대학을 나왔지만 부상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선수생활을 그만두게 된 신입직원(주인공)이 만화잡지를 만들어 나가고 편집자로서의 역량을 쌓아가는 내용이 주된 내용이다. 그리고 주된 내용은 아니지만 기성 만화가 및 신입 만화가가 느끼는 고충, 잡지를 통해 내어야만 하는 이익과 그와 동시에 담아야만 하는 독창성 간의 미묘한 갈등 그리고 영업사원이 느낄 수 있는 보람 등에 대한 내용 역시 포함되어 있다. 글로 적으니 드라마의 내용이 중구난방인 듯 보이지만, 드라마를 본다면 앞선 내용들이 주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일본 드라마는 교훈을 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하는 드라마이긴 하지만, 이 드라마를 통해 만화가와 만화잡지를 편집하는 편집자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 만화가보다는 ‘만화잡지 편집자’라는 직업이 가진 어려운 점과 그런 어려운 점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보람을 간접적으로라도 느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만화잡지의 편집자는 결코 우리가 직접 만나볼 수 없는 사람들이다.




두 번째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코노 에츠코” 역시 출판업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루는 드라마지만, 여기에서는 편집부서가 아닌 ‘교열’ 부서에서 일어나는 일을 주로 다룬다는 것이 앞선 드라마와는 차이가 있다. 제목에서 이름이 드러나 있는 주인공, 코노 에츠코는 패션잡지의 편집자가 되기를 원해 ‘케이본샤’라는 출판사에 입사를 하게 된다. 하지만 입사 후 알게 된 그녀의 부서는 책의 오탈자나 내용 상의 잘못된 점을 찾아내는 ‘교열부’. 패션잡지라면 한 글자 한 글자 놓치지 않고 보는 그녀이지만, 책을 내기 전에 교열을 한다는 사실 조차 몰랐던 그녀는 그녀의 방식대로 책을 교열해 나가며 교열부의 다른 직원들 뿐만 아니라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있는 직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책상에 앉아 모든 교열을 했던 직원들이 사실관계 확인이나 지명 확인들을 위해 현장조사를 나가기도 하고, 평소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담당하며 팬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교열까지 해내기도 한다. 그리고 단순히 작가가 적은 글을 수동적으로 교열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교열의 범위 내에서 교열자로의 의견을 낼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이런 변화를 주인공이 직접적으로 이끌어 냈다고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책임의 범위는 자기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데 까지가 그 범위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교열부 혹은 교열담당 직원들은 일반 독자들은 앞선 만화잡지 편집부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결코 그 존재를 쉽게 인지하지 못한다.


‘취미’로써 갖고 있는 일본 드라마 ‘감상’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불과 몇 일 전 새해가 되어 내게 들려온 한 가지 뉴스 때문이다. 그 뉴스란 국회에서 일을 하시는 청소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협력업체 직원의 지위에서 정규직인 국회 직원으로 전환되었다는 뉴스였다. 몇 해 전부터 국회 청소노동자의 지위와 대우에 대하여 국회 안팎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쉽게 사람들의 기억이나 관심에서 잊혀졌고, 그렇게 나도 잊어버리고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2016년 작년의 총선을 통해 국회의원의 여야 구성이 변경되었고, (역시 나는 모르는 사이) 청소노동자의 지위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듯 하다. 그리고 그 결과를 나는 뉴스를 통해 알게 되었다.


어딜 가나 쉽게 청소노동자를 만날 수 있다. 그곳이 도서관일 수도 있고, 빌딩의 로비나 공항 등 어디든지 청소를 하시는 분들의 모습을 잘 찾으면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일이나 업무를 보느라 혹은 크게 신경 쓸 겨를이 없을 때는 청소노동자의 모습은 쉽게 눈 앞에서 사라진다. 분명 존재하는 사람들이지만, 당연히 그들이 해야 할 일을 함으로써 그들의 존재나 처우는 망각되고 만다. 그리고 깨끗해진 화장실 거울과 비워진 쓰레기통, 티끌 하나 보이지 않는 깨끗한 건물의 로비를 걸으며 누군가 이곳을 청소를 하고 있겠거니- 정도의 판단만 한다.


나는 이번 국회의 청소노동자들의 정규직 국회직원으로서의 전환에 대하여 찬성의 입장이다. 하지만 국회가 끝은 아니다. 그리고 시작도 아니다. 당연한 것을 그 시작과 끝을 나눌 수 필요는 없다. 우리 사회에는 남들이 하지 않으려 하거나,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 중 정확히 몇 퍼센트가 비정규직과 정규직으로 나뉘어져 있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누구나 자신이 하는 일에 보람을 갖고 그 보람에 상응하는 직업적 안정성을 갖게 해주어야 한다.


그 성과나 결과물에 대해 직접 자신의 이름을 내걸거나 표시를 필요로 하는 직업이란, 사실 많지 않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고, 그 일 속에 자신의 삶을 맡기고 있다. 굳이 티를 내어야 할 필요성도 또 그것이 그들의 삶에, 생존에 큰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묵묵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경제적 안정성과 삶에의 필요성을 주어야 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더욱 건강하게 되는 또 하나의 필요충분조건이라 생각한다.


우리 모두, 수수하지만 굉장한 일을 하고 살고 있다. 어떠한 직업이든 자신이 언제 그 굉장한 일을 그만두게 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나 하루를 벌어 하루를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있다면, 그것은 목적으로서의 사람이 아니라 (그리고 직업이 아니라) 수단으로서의 존재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눈에 보이는 일이든,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이든 각자의 생계와 삶의 목적을 위해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직업을 통해 행복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글을 마무리 한다. 우리 모두, 별 볼일을 하는 듯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굉장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않길 바라며. (아, 그리고 소개한 두 편의 드라마는 꽤 재미난 드라마이니 한 번 나와 같은 ‘일본 드라마 감상’을 취미로 가진 분이라면 감상해보시길.)


이미지 출처 : http://channel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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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맥스(Max) 가고파라가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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