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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의500자_74 #현우의500자 _74 안녕하세요. 고객님. 죄송합니다. 고객님. 저도 모르게 갑자기 눈물이 흐르네요. 고객님. 어떤 업무로 오셨나요? 고객님. 통장 발급이요. 알겠습니다. 고객님. 여기를 기입해 주시면 됩니다. 고객님. 적으시면서 들어주세요. 고객님. 뒤에 있는 티비에 연예인들과 아이들이 나옵니다. 고객님. 제가 사는 집과 많이 다른 집들입니다. 고객님. 아이들이 입고 있는 옷도 다르구요. 고객님. 저도 아이들이 있습니다. 고객님. 우리 애기들 자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모릅니다. 고객님. 새벽에 깨워 씻기고 밥 한 술을 떠먹이는데, 오물거리는 그 입에 제 배가 부릅니다. 고객님. 제가 출근을 할 때 아이들이 저를 안고 놓아주질 않습니다. 고객님. 엄마, 가지말라며 울며 말합니다. 고객님. 그런 아이를.. 더보기
60원 60원 2014.8.16. 샤워를 해야겠다. 여름에는 조금만 걸어도 쉽게 땀을 흘리니 더위 자체를 참기 어려운 것보다 땀이 흐르는 것을 참기가 더욱 어렵다. 땀을 참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어릴 적 깨닫고 나서는 되도록 자주 샤워를 하곤 했다. 샤워를 하고 난 뒤 젖은 머리와 몸에 묻어있는 물기는 땀과 달랐다. 몸에서 나오는 물기와 몸에 끼얹는 물기는 어찌 이리도 다른가 생각하면서, 다시 땀이 나는 것이 두려워 선풍기 앞으로 달려오곤 한다. 지난 주 언젠가 가을이 왔다는 것을 느꼈다. 어딘가 멀리서 가을의 향수를 뿌린 듯 했다. 어디서 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콧가에 은은하게 가을의 향이 났다. 찾아가보려 해보았지만 내 몸에서도 나는 듯 했고 붉은 벽돌 사이의 회색 시멘트에서도 나는 듯 했다. 꽃에 다가가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