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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실패해도 괜찮다. 운전면허를 갓 딴 뒤였다. 운전학원을 다니지 않고 아버지로부터 운전을 배웠기에 몇 번의 불합격을 겪은 뒤 딴 운전면허라 갓 20살의 나는 한껏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운전 실력은 사실 별볼일 없었다. 별볼일 없다는 수준을 넘어 아버지의 트럭 곳곳을 다치게 할 정도였다. 아버지께서는 사람만 치지 않으면 되니 차 걱정은 하지 말고 편하게 운전하라 하셨다. 아버지를 조수석에 태우고 어딘가 갈 일이 있는 날이었다. 아버지께서 운전을 하시면 빠르고 안전하게 갈 수 있었지만 아버지께서는 첫째로 아들이 운전을 하는 것을 뿌듯해하셨고, 둘째로 운전은 계속 해봐야 한다 하시며 열쇠를 나에게 건네주셨다. 이날도.. 나는 후방주차를 하다 오른쪽 깜빡이를 박살내어버렸다. 아버지께 죄송했고 차에게 미안했다. 볼일을 마치고 다시 .. 더보기
현우의500자_89 ‪#‎현우의500자‬ _89 시동을 꺼야 한다. 스피커에서 한가득 웃음소리가 들린다. 개그우먼 김신영과 가수 나비의 웃음소리가 차 안의 먼지를 흔드는 듯, 아무런 색깔이 없는 공간에 색깔을 덧씌우는 듯 하다. 주차는 완벽했고, 사이드 브레이크는 올려져 있었으며 P는, 왜 나에게 시동을 끄지 않냐며 내 다음 행동을 재촉한다. 웃음소리다. 시동을 끄지 못하는 것은 웃음소리 때문이며 내가 이것을 끄는 순간 아무것도 아니게 될 이 공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사람들은 즐거움이 지속되길 바란다. 하지만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없다. 즐거움 혹은 슬픔이라도, 그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다. 손목을 잠시 비틀어 시동을 꺼 버리면 즐거움이 사라지고 다시 무(無). 때론 당연하게 생각되는 없음에 나는 공(空)이라 이름 붙..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