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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짐

오늘한시_13 ‪#‎오늘한시‬ _13 그의 방에는 아무 것도 없다 널부러진 옷가지 자다 깬 듯 잠이 들 듯 이불 그리고 배게는 하나 둘을 놓을 공간 충분한대 오직 하나 그 하나의 베게에 자욱이 새겨 있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그 자욱에 글씨가 스며 있다 흐르는 것은 막지 못하고 헤어짐을 멈추지 못했네 그 자욱 위 뒷통수 들이 밀어 다시 지우려 해도 잠들어 떠오르는 얼굴 눈물 짓게 한 그 얼굴 뿐 지울 것은 또 다른 눈물 뿐이오 씻어 지워지지 않는 그것은 눈물로 기운 이름 모를 십자수 흐른 것이 돌아오길 바라는건가 헤어진 사람이 돌아오길 바라는 것인가 차라리 양말인 듯 하여 억지로 헤어진 그곳그사람 기워 내 옆에 붙여라도 뒀으면 하나의 베개 위 다시 쓰일 문장을 떠올리며 흐른 것은 멈추지 못하고 헤어진 것 기우지 못하고 .. 더보기
현우의500자 _29 #현우의500자 _29 2학기가 끝나고 겨울 방학을 보내고 돌아오면 친구들은 조금씩 성장해 있었다. 남자아이들은 제법 골격이 갖춰지기 시작했고, 여자아이들은 볼에서 피어오르는 수줍음과 가슴에 솟아나는 여성다움을 숨기려 애써 표정을 굳히고 어깨를 수그리곤 했다. 선생님께서 들어오셔서 힘이 세 보이는 남자아이 몇 명을 교무실로 보내셨다. 아이들이 들고 오는 것은 새 학기의 교과서다. 박스를 일렬로 세워놓고 열어젖힌 박스에는 새 책의 냄새가 가득 베어있다. 아이들은 한 줄로 서서 한 권씩 책을 집어가며 다음 학기에는 익숙해질 책을 익숙하지 않은 손짓과 눈빛으로 챙겨갔다. 모든 아이가 자리에 앉으면 선생님은 흰 종이 하나를 꺼내셨다. 새 학년의 반 편성이 적혀 있는 종이다. 아이들의 이름과 몇 반인지를 부르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