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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 _29

#현우의500자 _29


2학기가 끝나고 겨울 방학을 보내고 돌아오면 친구들은 조금씩 성장해 있었다. 남자아이들은 제법 골격이 갖춰지기 시작했고, 여자아이들은 볼에서 피어오르는 수줍음과 가슴에 솟아나는 여성다움을 숨기려 애써 표정을 굳히고 어깨를 수그리곤 했다. 선생님께서 들어오셔서 힘이 세 보이는 남자아이 몇 명을 교무실로 보내셨다. 아이들이 들고 오는 것은 새 학기의 교과서다. 박스를 일렬로 세워놓고 열어젖힌 박스에는 새 책의 냄새가 가득 베어있다. 아이들은 한 줄로 서서 한 권씩 책을 집어가며 다음 학기에는 익숙해질 책을 익숙하지 않은 손짓과 눈빛으로 챙겨갔다. 모든 아이가 자리에 앉으면 선생님은 흰 종이 하나를 꺼내셨다. 새 학년의 반 편성이 적혀 있는 종이다. 아이들의 이름과 몇 반인지를 부르는 음성에는 가까스로 헤어짐을 숨기려는 마음이 묻어났다. 아이들은 그것을 채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친구들과의 이별을 받아들였다. 헤어짐이란 그런 것 같다.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는, 새로운 일년을 기대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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