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한시 _13
그의 방에는 아무 것도 없다
널부러진 옷가지
자다 깬 듯 잠이 들 듯 이불
그리고 배게는 하나
둘을 놓을 공간 충분한대 오직 하나
그 하나의 베게에 자욱이 새겨 있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그 자욱에 글씨가 스며 있다
흐르는 것은 막지 못하고 헤어짐을 멈추지 못했네
그 자욱 위 뒷통수 들이 밀어 다시 지우려 해도
잠들어 떠오르는 얼굴 눈물 짓게 한 그 얼굴 뿐
지울 것은 또 다른 눈물 뿐이오 씻어 지워지지 않는
그것은 눈물로 기운 이름 모를 십자수
흐른 것이 돌아오길 바라는건가
헤어진 사람이 돌아오길 바라는 것인가
차라리 양말인 듯 하여 억지로 헤어진
그곳그사람 기워
내 옆에 붙여라도 뒀으면
하나의 베개 위 다시 쓰일 문장을 떠올리며
흐른 것은 멈추지 못하고 헤어진 것 기우지 못하고
다시 쓴다
만남이라 헤어짐이라 사람이길 다행인 듯 불행이다.
- 그리고 헤어짐, 만남이 있은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