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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

고마운 일

고마운 일. 2014.11.14.


# 4
집에 있으면 이유 없이 사람이 퍼졌다. 집에 있으면 행동거지가 자유롭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찌 살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집에 있으면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믿었다. 다른 사람들이 올리는 여러 미담들이 모여 있는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 있는 것이 편했다. 그러던 생활이 익숙해질 즈음 집을 나가 신촌이나 홍대를 걸으면 사람이 신기했다. 아침에 나가보면 여자들의 갓 한 화장의 냄새가 풍겼고,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가정 전선 수호를 외치고 나가는 전사처럼 보였다.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손끝에서 피어오르는 노동의 숭고함이 보였다. 젊은 연인들의 스킨십에는 어색함과 사랑이 동시에 빛을 발했다. 이 모든 사람들이 신기했다. 사람이 사람을 신기하게 여길 정도가 되니 내가 사람이 아닌 듯 느껴지기도 했다. 연극 무대라면 나는 이름조차 붙어 있지 않은 세트의 나무가 된 듯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물건을 살 때 나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었고, 친구들을 만나면 그들은 내 안부를 물어주었다. 내가 적은 글을 읽어주는 사람도 있었으며 나에게 그들의 삶을 담은 이야기를 나눠주기도 했다. 
최근에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했다. 그리고 집 밖을 무조건 나갔다. 나가서 길을 걸으며 사람 구경을 한 것이 아니라 내 구경을 했다. 내가 사람들 사이에 있다는 것을 구경했다. 나도 무언가를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드는 것을 구경했다. 카페에 앉아 몇 명이 읽는지도 모르는 장난 같은 글을 적어 올리기도 했고, 그러면서 혼자 킥킥대어 보기도 했다. 결국 글이란 자기 만족이라며 내가 만족했으니 그러니 됐다고 자위하기도 했다.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로서의 사람이 아니라 대중 속의 나를 바라보고 구경을 하니 재미가 있었다. 내가 변해가는 것을 보며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기도 했다. 
오늘 밤은 오랜만에 늦게까지 잠들지 않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몇 편의 글을 적는 것은 아니지만, 또 이런 글 몇 편으로 내가 갑자기 변할 일도 없겠지만, 이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해주고 싶었다. 
다들 열심히 살아줘서 고맙다. 열심히 살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고맙다. 살아있다는 것, 오늘 하루도 살아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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