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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2. 20. 02:03 내 생각

조현아와 마리 앙투와네트 2014.12.20.


한항공 前 부사장 조현아의 '마카다미아' 사건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프랑스 루이 16세의 부인인 마리 앙투와네트가 떠오른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날 즈음 프랑스 백성들이 찾아와 "빵을 달라"고 시위를 하자,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어라"라는 말을 했다고 알려져 있는 마리 앙투와네트 말이다. 하지만 사실은 마리 앙투와네트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일부 호사가들이 만든 이야기이긴 하지만 당시 민중의 삶을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했던 마리 앙투와네트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데에는 참으로 기막힌 일화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번에는 호사가의 재담이 아닌 실제로 일어났던 조현아의 '마카다미아 회항' 역시 조현아 전 부사장이 갖고 있었던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에 대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유일한 상속녀이면서 신성로마제국의 황후였던 마리아 테레지아의 딸인 마리 앙투와네트는 어린 나이에 프랑스로 시집을 간다. 마리 앙투와네트의 남편인 루이 16세는 태양왕 루이 14세가 이뤄 놓은 프랑스를 친애왕 루이 15세가 거덜낸 뒤의 위태로운 프랑스를 이어 받은 부르봉 왕가의 왕이다. 

조현아는 대한항공 회장이자, 한진해운과 한진그룹의 회장인 조양호의 장녀로서 26살의 나이에 대한항공에 입사한다. 그리고 7년 뒤 대한항공 기내식사업본부 본부장 상무가 된다.


공주이면서 왕비였던 마리 앙투와네트와 역시 자신의 회사 안에서 왕과 같은 지위를 누리는 오너의 딸이면서 대한항공의 부사장이었던 조현아.


이 두 사람이 몰락하게 된 원인은 많은 사람이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자신은 특권을 유지하려 했기 때문이 아니다. 진짜 원인은 단 한 순간도 지금 자신의 앞에서 낫을 들고 곡갱이를 들고 빵을 달라고 외치는 배고픈 여인들을 한 명 한 명의 사람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고, 자신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듣기 좋은 목소리로 '마카다미아 넛을 드시겠습니까?'라고 물어보는 대한항공 승무원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결코 마리 앙투와네트와 조현아가 도덕적으로 몰락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각자에게 주어진 삶에서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우발적인 사건들이 그녀들의 미래를 결정짓는 일이 되어버렸다는 데 측은함 마저 느낀다. 공주로 태어나지 않은 사람은 공주의 삶을 모르고, 재벌 회장의 딸로 태어나지 않은 사람은 그 사람의 삶을 모른다. 모르기에 기대하는 바가 더욱 큰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들을 가지고 살면서,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삶을 결정지을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도덕성이 갖추어져 있기를, 갖추어져 있지 않다면 갖출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해주기를. 그것도 아니면 제발 '가만히라도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조현아는 공주가 아니다. 공주와 같은 삶을 살았다 할지라도, 또 앞으로의 직위 변화에 관계 없이 남은 여생동안 평범한 삶의 방식보다는, 누구나 꿈꾸는 윤택한 삶을 산다 할지라도 그녀는 영원한 공주가 아니다. 그렇기에 지금의 사건을 보면서, 조현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재벌 2세, 3세들은 자기가 이번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 것에 대해서 안도하지 말고 자신에게 지워진 삶의 책임감을 느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마리 앙투와네트는 많은 프랑스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단두대에서 목이 잘렸다. 그 목에서도 붉은 피가 흘렀을 것이다. 백성들의 몸 속에도 마리 앙투와네트와 똑같은 색깔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다 같은 사람이었다.


조현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향후 운신의 폭이 많이 좁아질 지언정 '단두대'라는 무서운 용어가 결코 등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계기로 자신과 다른 삶을 살고 있다 하더라도 그들 역시도 한 가정의 아들이며 딸이라는 사실, 가족을 부양하는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몰랐으면 깨닫는 기회가 될 것이고 알았더라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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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맥스(Max) 가고파라가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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