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의500자 _54
피렌체 대성당 옆 지오토 종탑에 올라가려는 사람들의 줄은 길었다. 붉은 피렌체를 보려는 걸까. 나는 붉은 피렌체는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보기로 하고, 피렌체 대성당의 주변을 돌아보았다. 천국의 모습이 양각되어 있다는 산 죠반니 성당을 에스프레소 한 잔 들고 빼꼼히 바라보기도 하고, 타일로 만들어진 길바닥을 발로 팡팡 소리 내어보기도 했다. 한 바퀴를 돌고 난 뒤 우피치 미술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순간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내 마음에 양각으로 남은 하얀 얼굴, 단발의 머리 그리고 가벼운 옷차림의 여인을 보았다. 지오토 종탑에서 들리는 침묵의 종소리가 들리자 내 몸 안팎의 웅성거림은 잦아들었고 나는 자연스레 그녀를 따라갔다. 어떤 사람일까. 질문을 떠올리며 따라가고 있을 때 동행하던 동생이 나를 잡는다. 동생에게 눈길을 주고 돌아보는 찰나, 그녀는 내 눈에서 사라졌다. 황급히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피렌체에 다시 갈 때 꽃 한 송이, 또 만날지도 모를 마리아를 위해 품고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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