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의500자 _41
늦가을이다. 인도에는 은행나무의 낙엽이 열매를 숨기며 길바닥에 널부러져 있다. 이런 날은 달리는 재미가 있다. 토요일 오후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나는 옷을 재빨리 갈아입는다. 그리고 헬멧과 열쇠를 챙겨 집을 나선다. 시동을 건 오토바이는 그다지 큰 소리를 내지 않는다. 배기량이 작은 탓도 있지만 관리를 해주는 형 덕에 오토바이는 언제나 새 것 같다. 바닷가의 부모님 가게를 가는 길은 터널을 통해 가는 길과 터널 위로 나 있는 옛 도로로 가는 길이 있다. 토요일 오후의 옛 도로는 차가 없어 고등학생인 내 청춘에게 허락된 자유의 길이다.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내리막을 달린다. 은행잎이 도로에서 나뒹군다. 동공에 노란 색이 번진다. 헬멧의 앞 커버를 들어 올려 가을이 주는 풍성한 향기를 코와 피부로 마음껏 들이킨다. 짧은 시간이지만 일주일 중 가장 길게 남는 시간이다. 추억은 때론 한 장의 사진이라기 보다 한 편의 단편 영화처럼 기억에 남기도 한다. 감독은 나에게 바라는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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