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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 17. 00:26 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 _44


얼마 전 시내 버스를 탔다. 10시간이 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기에 만사가 귀찮았다. 버스 안의 승객들도 추위가 피부로 스며드는 것을 막으며, 자신에게 얼마 남지 않은 열정이 흘러나가는 것을 막으며 기댈 곳을 찾고 있었다. 뒷문 앞에 서 있는 나는 멍하니 서서, '내 장갑의 색깔이 왜 이렇게 파랗지?' 따위를 생각하며 주억거리고 있었다. 동교동 삼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렸고, 이윽고 신호가 바뀌었다. 그때 서서히 출발하는 버스의 운전석 쪽에서 여자의 앳된 목소리가 들린다. 여보세요. 네. 정말요? 고맙습니다. 진짜 고맙습니다. 야, 나 합격했어. 진짜 포기하고 있었는데 합격했어. 어디에 합격한 것일까. 대학일까. 직장일까. 그곳이 어떤 곳이든 그의 목소리는 버스 안에 조용한 파도를 쳤다.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넘어오는 파도는 무거운 피로 대신 따스한 전율로 나를 씻어주었다. 어제와 다르고, 내일과 다른 오늘을 기억하기에 '합격'이라는 두 글자 만큼 크고 벅찬 단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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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맥스(Max) 가고파라가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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