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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어떤 인문포럼 방문기

어떤 인문포럼 방문기 2015.1.17. 


이번 주에 무슨 인문포럼이라는 곳을 갔다 왔다.

보험영업으로 성공하신 어떤 여사분이 젊은 스타트업 기업가들을 위해서 매주 인문학 강좌 등을 열었고 그러한 것들이 계기가 되어 처음으로 큰 규모의 인문포럼을 개최하게 되었다길래 어떤 곳인가 해서 가보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축사를 했고, 강연자 중에는 혜민 스님을 포함하여 국내외 교수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개회사를 할 때 레이져를 쏘며 북을 치는 퍼포먼스를 하는 것을 보고, 바로 그 자리를 떴어야 했는데 차마 그러지 못한 게 아쉽다.

개회식을 마치고 거칠게 이야기를 하면, 돈을 내고 참석한 사람과 돈을 내지 않고 참석한 사람을 나누었다. 장소를 나뉘어 포럼을 진행했고, 개회식이 있었던 자리에 머물러도 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사람들은 구분되엇다. 나는 돈을 내지 않고 갔으므로 다른 곳으로 몸을 옮겼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라는 강연 콘텐츠와 연계해서 강연을 진행했다. 프랑스에서 온 심장의 한 분의 강연과 그 외 몇몇의 한국인 교수의 강연을 짧은 시간(15분 정도)을 이어 붙여가며 들었다. 오종철이라는 개그맨 출신 진행자가 진행을 한다. 그리고 별 시덥잖은 질문을 한다. '오늘은 손을 몇 번 씻으셨는지요?'나 '교수님은 사서나 오경 중 어떤 것이 자신과 맞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등. 오전의 강연을 듣고 점심으로 샌드위치와 커피를 나누어 주기에 먹고 오후에 강연이 계속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집으로 돌아와 낮잠을 잤다. 그것이 나에게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왜?

참가한 사람들에게 질문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마치 강연 영상이라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관객 정도의 대우를 참가자에게 부여했다. 방송 촬영을 해야하니 질문은 사전에 종이로 받겠습니다 라던지, 마치고 한 번에 질문을 하겠습니다 라는 멘트가 한 번이라도 있었으면 이런 글을 적을 필요도 없었을테지만, 그런 설명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명색이 '인문포럼'이다. 인문학의 핵심 정신은 질문이다. 그것이 옳은 질문이든 옳지 않은 질무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그것을 많은 사람이나 혹은 개인적으로 던져 보는 것 자체가 인문학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참가했던 인문포럼은 그런 기회 자체를 주지 않았다. 진행자는 진행을 하는 사람이지 질문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참가자는 관객이 아니라 질문자임에도 철저히 박수를 유도 당하는 관객으로 취급받았다.

돈을 내고, 샌드위치를 먹지 않고 호텔식 식사를 했던 사람들에게는 질문의 기회가 있었다면 나는 더욱 화를 내어야만 한다. 물론 호텔식 식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질문의 기회 마저도 참가비의 유무에 따라 차별 받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인문정신의 훼손이다.

다른 여러 가지 비판점이 있지만, '질문할 기회를 주지 않았음'을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꼽고자 한다.

인문학이라는 말이 시정잡배의 '법대로 해라'라는 말에 나오는 '법' 정도의 지위를 갖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내가 너무 많은 생각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마지막으로, 인문포럼이라고 하긴 했는데 영어로 Humanities Forum 이라고 영문 번역을 했던데. 휴머니티는 인문학이 아니라 '인간성'이다.

아, 그러고 보니 내가 인문학 포럼을 간 게 아니라, 인간성 포럼에 갔으니 질문은 없어도 될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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