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의500자 _53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부랴부랴 이불 밖으로 나와, 씻는 둥 마는 둥 하고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려는데 어머니께서 이상한 눈으로 나를 바라 보신다. 난 집 밖의 인도와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 본다. 아침 태양 빛을 받아 붉게 물든 거리와 하루의 상쾌함을 만끽하려는 사람들의 상기된 표정들이 보였다. 늦었다는 생각에 가게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어머니께서 부르신다. 어디가노? 나는 나를 깨우지 않은 어머니가 원망스러웠다. 나는 퉁명하게, 학교를 가야 한다 말한다. 어머니와 가게 손님의 파안대소. 왜 웃으시지? 그제서야 시계를 보니 오후 5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다. 거리의 붉은 빛들은 아침의 열정이 아니라 저녁놀의 희롱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쑥스러운 경험이었기에 다시 방으로 달려들어갔다. 그리고 지금 31살 나이의 나는 얼마전 아침 7시에 집을 나서면서 저녁 7시라 생각하고, 사람들이 저녁인데 참 활기차다 생각했다. 나이가 들어서도 변하지 않으니, 즐기면서 살아야겠다.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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