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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_84

‪#‎현우의500자‬ _84


5분이 지난 뒤에야 알았다. 우리가 탄 기차가 우리가 가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부랴 기차에서 내려 원래 가려던 방향의 기차로 옮겨탔다. 우리가 가려는 곳은 오사카. 기차는 도쿄에서 출발했다. 이미 7시간 이상 기차에, 몸을 순대의 소처럼 꾸역꾸역 넣고 왔는지라 몸은 천근만근이다. '청춘18표'라는 이름의 기차표. 기차 시간만 정확히 맞추면 도쿄에서 오사카까지 큰 돈을 들이지 않고 갈아타며 갈 수 있다. 정확히는, 내가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갈 수 있었겠지만 말이다. 한참을 달리던 기차가 마이바라(米原)역에서 멈춘다. 12시가 가까워 온 시간, 더 이상 오사카행 기차가 없다는 역무원의 말. 결국 역 앞에서 노숙을 하기 위해 맥주를 몇 캔 준비한다. 역 앞에는 편의점과 여관만이 하나 있을 뿐 아무것도 없다. 이때 찍은 영상에는 청춘이 아니면 청춘18표를 타지 말라, 간절히 말하는 눈빛에는 안타까움보다 즐거움이 빛난다. 오면서 보았던 태평양을 꿈꾸며 단잠에 빠져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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