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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_95

‪#‎현우의500자‬ _95


뚱둥착뚱두둥착. 노래가 시작된다. 처음에는 의아해 하던 선배와 친구들은 우리가 무엇을 하려는지를 이제 알게 되었다는 표정이다. 총무와 부반장 그리고 반장인 나로 구성된 우리는 모두 기타를 한 대 씩 품어 올리고 있다. 연습을 하여도 노래는 잘 부르지 못했다. 비오는 거리를 걸어 본 적이 없는 탓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노래가 흐르던 중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담임선생님께서 수줍은 미소와 함께 등장했다. 객석에서 터져 나오는 온갖 짐승소리에 노래가 잘 들리지 않았다. 우리의 걸걸한 목소리와 기타 음률 틈에 여자 선생님의 목소리가 섞이니 묘한 화음이 만들어진다. 기타를 배운지 몇 개월이 채 되지 않았지만 학교 축제에 올라, 가수 이승훈의 '비오는 거리'를 불렀다. 단 한 장의 사진만이 남았지만, 비가 올 때 그리고 기타를 켜는 누군가를 볼 때면 고등학교 1학년 당시의 볼바알간 내가, 안경 안쪽에 서린다. 서려 있는 내 모습에 눈동자는 보이지 않는다. 음악은 사진보다 깊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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