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한시 _16
시의 바람이 스친다
스치긴 하지만 담을 수 없다
손에 든 것이 종이와 펜이 아니라
담배 한 줄이 내는 죽음의 향인 탓은 아니다
바람이 스치면 눈에는 눈물이 고인다
읽어 내려가는 시 한 편에 담긴 것은
수만 가지의 감정, 그만큼의 삶이다
시의 바람이 스치면 눈은 꿈뻑이지도 않은채
흐르는 눈물로 순간을 기억한다
무엇이 보이느냐 묻는 질문에
지금, 이라 대답한다
지금의 삶이 느끼는 몇 줄의 시가
단 몇 초를 지배해도 그 지배 당한 점령지
나는 광복을 부르짖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영원한 식민지가 있다면
그것은 감정이자 문학이자 또 그 하나인
시이고 싶다.
바람이 스쳐 불어 흔들리는 것
받아들여 헤메이는 글자 위
멈출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 바람이 많이 분 오늘, 그것이 시의 바람이라 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