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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한시

오늘한시_18

‪#‎오늘한시‬ _18

오늘 버림 당했다
그대는 나를 찾아 하루 종일 헤메었다
나와 함께 있던 곳을 찾아다니며 
나를 본 적 없는지
많은 사람에게 물었다
대답을 한 사람은 없었다
나는 그대의 그 허망한 눈빛이 보기 싫다
그대가 나와 함께 있던 그 때 그 만족하던 
눈빛만을 기억하고 싶다 
헤어지고 싶어 헤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오늘 버림 당했다

나 역시 오늘 버림 당했다
때론 괘씸하기도 하다 
소중하다 말할 때는 언제고
나를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잊어버리기도 하고 
또 아껴달라는 말 직접 내뱉진 못해도 
뉘앙스 풍겼을텐데 그 말 듣지 못한
그대가 원망스럽기도 하다

나는 버림 당한 것들과 함께 있다 
많은 것들이 모여 앉아 있다 
열쇠, 지갑, 카드, 주민등록증 
때로는 양말까지
어느 하나 그대를 원망하지 않는 것 없다

하지만 나는 원망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있는 이곳 
그대로부터 버림 받은 누군가
터덜거리며 걸어들어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무엇보다도 그대가 자기 발로 걸어들어와 
우리에게 '나도 버림 받았어' 
'아니, 내가 나를 버렸는지도 몰라' 라고 말하며 
무너진 마음과 상한 몸으로 이곳을 걸어들어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내 옆의 모든 것들 말은 못해도 
나와 함께 그것, 만은 바라고 있다

- 잃어버리지 않아야 하는 것, 분실물이 말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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