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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_122

‪#‎현우의500자‬ _122


비를 좋아하지 않았다. 처음 서울에 오게 된 것은, 아버지의 출장을 따라 나선 것이 계기였다. 고향인 경남 마산에서 서울까지는 지금도 4시간이 넘게 걸리는 먼 거리다. 이도 차가 막히지 않았을 경우다. 조수석에 타 서울이라는 낯선 곳에 가는 설렘도 갖기 전 비가 억수 같이 내렸다. 비가 온 탓인지, 왜인지 모르게 고속도로는 막힐대로 막혔다. 시간을 계산하는 것도 포기할 무렵, 잠이 든 채 나는 서울에 왔다. 고속도로 위에서 화물차를 운전하는 아저씨께서 창문 너머로 건네주신 과자는 이미 남아있지 않았다. 서울에 대한 설렘을 깨끗이 씻어 내렸던 비가, 참 싫었다. 지금은, 비가 좋다. 특히 지금 글을 적고 있는 오늘 같이 봄비가 많이 내리면 올해 모내기는 잘되겠구나, 하는 농부의 기쁨도 생각해본다. 하늘이 들려주는 음악은 규칙과 불규칙을 반복하며, 우산 아래 연인의 심장 박동을 요동치게 하기도 하고 또 정처없이 길 가던 사람을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하는 묘한 음정을 갖는다. 토독토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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