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의500자 _8
양말에 구멍이 나 있다. 언제 생긴 구멍인지도 모르겠다. 신발을 벗어야 하는 식당에 간 적은 없지만 이 사실을 늦게야 깨달은 나는 머쓱해졌다. 어릴 적 어머니는 양말에 구멍이 났다고 그것을 바로 버리지 않으셨다. 작은 구멍은 구멍난 부분을 서로 맞대어 이산가족 상봉을 해주셨고, 다소 큰 구멍은 다른 양말의 목, 발등 부분을 잘라내 덧대어 양말을 기워주셨다. 양말을 기워신었던 것은 가난해서가 아니었다. 다른 부분은 멀쩡한 데도 불구하고 조그만 구멍 때문에 양말을 버린다는 것은 낭비라 하셨다. 매번 어머니께서는 이제는 안해야지, 하시면서도 양말을 기우셨지만 나는 그 기운 양말이 좋았다. 바늘 한 땀을 정성스레 기우신 양말을 신고 있으면 내가 가진 허술한 점, 내 마음 속의 구멍이 기워진 듯 했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 누구나 잘못을 하고 실수를 한다. 우리는 그런 실수들 때문에 번민하고 괴로워하지만 우리 스스로를 쓰레기통에 처박지는 않는다. 구멍난 양말보다 우리는 더욱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