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의500자 _12
초등학교 입학 날짜를 알게 되고, 입학일자에서 정확히 한 달 전이었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나는 내 이름이 싫었다. 내 이름 그대로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친구들이 놀릴 듯 했다. 손등에 눈을 대고 눈에 힘을 주면 내 눈 앞에 펼쳐지는 우주가 있었고 그 안에 파묻혀 고민을 했다. 초등학교에도 채 들어가지 않은 8살의 고민이 얼마만큼 컸을까마는, 당시에는 한 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필사적으로 고민했다. 이름을 바꾸어달라고 부모님께 이야기를 드려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런 용기는 나지 않았다. 그러다 한 달이 지났고, 입학식이 있는 날이었다. 요즈음은 어떻게 자신의 반을 알려주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입학할 당시만 해도 전지에 검은 매직으로 몇 반인지를 적어 테니스 코트의 철조망에 붙여놓았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볼 발가안 나는 내 이름을 찾았다. 권현우. 그때 한 달의 고민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내 이름이 자랑스러웠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내 이름을 보면 언제나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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