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 _14

‪#‎현우의500자‬ _14


손톱발톱은 빨리 자란다. 매번 귀찮아 하루이틀 미루다 보면 어느덧 꽤 자라 일상에 불편함을 주거나 때론 불필요한 생채기를 내기도 한다. 이럴 때는 왜 빨리 손톱을 자르지 않았지 하며 손톱깎이를 찾아 자르려 하면 손톱은 나를 빼꼼히 흰 자만 내어놓고 보고 있다. 비겁하게 손가락에 눈동자를 가린 채 흰 자만 보이다니. 나를 째려보고 있는 것일까. 내 몸의 일부이면서 나를 유일하게 째려보고 있는 손톱발톱을 보고 있노라면 난 나쁜 마음이 든다. 손톱깎이로 짧고 강한 고통을 주기보다 치아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통을 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물어 뜯다보면 어느 샌가 만족한 기분이 든다. 그럼에도 손톱은 검은 눈동자를 보이지 않는다. 붉은 눈시울을 열 손가락 치켜뜨고 나를 노려볼 때는 애써 손을 호주머니나 바지 주머니에 쑤셔넣어버리는 것이다. 언제자랐는지 모를 손톱발톱. 우리가 가진 다른 사람에 대한 미움도 그렇지 않나. 때론 그런 마음이 들 때 손톱발톱처럼 저어 어딘가 숨겨두고 싶다.

'현우의500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우의500자 _16  (0) 2014.12.20
현우의500자 _15  (0) 2014.12.20
현우의500자 _13  (0) 2014.12.17
현우의500자 _12  (0) 2014.12.17
현우의500자_11  (0) 2014.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