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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 _15

‪#‎현우의500자‬ _15


초등학교 1학년 때다. 50세는 훌쩍 넘었을 남자선생님이 담임이다. 왼손에는 짧은 회초리를 들고 계셨고 오른손에 분필을 쥐고 칠판에 판서를 하고 계신 선생님 뒷모습을 보며 숨소리와 발소리를 죽이고 살글살금 걸어간다. 교탁을 지나 선생님이 올라계신 단상에 도착하자마자 선생님의 엉덩이에다 대고 이렇게 외친다. "똥치미!" 양손을 모으로 검지손가락을 펴 권총모양으로 만들어 선생님의 엉덩이에 꽂아 넣는다. 선생님이 놀라시며 그리고 돌아보시며 '현우 이놈!'하고 분필을 내려놓으시고 회초리를 나에게 휘두르신다. 나는 기다린다. 회초리가 나에게 다가오기 전까지 기다렸다가, 회초리가 내게 오는 속도에 맞춰 교실 끝으로 달려나가며 외친다. "홈런!" 칠판 반대편으로 달려가보면 친구 한 명이 다음 주자인 양 나를 이어 교실을 후비고 다닌다. 나는 이날 선생님에게 맞은 기억이 없다. 그리고 집에 와서도 혼난 기억도 없다. 부모님이 학교에 불려오시지도 않았다. 이때가 가장 올바른 개념이 있었던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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