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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 _21

#현우의500자 _21


밤이 가장 긴 동지가 지났다. 어릴 적 동지 즈음이 되면 놀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여름에는 7시 반이 되어도 환했기에 밖에서 놀아도 혼이 나지 않았지만 겨울에 접어들면 6시만 되어도 깜깜해지니 누구를 탓해야할지 몰랐다. 시간은 그대로임에도 내가 볼 수 있는 친구의 얼굴들은 사라져갔다. 억울했다. 야단을 맞는 것은 나 때문이 아니라 무언가가 내게 장난을 거는 듯 했다. 중고등학교에 올라가서 태양과 지구의 거리와 각도에 의해 여름과 겨울이 생긴다는 것을 배웠기에 망정이지 배우지 않고 살았다면 평생 누군가 형체도 없는 것을 원망했을 것이다. 여름이 덥고, 겨울이 추운 것. 여름과 겨울의 낮 길이가 다른 것은 결국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 때문이다. 조금 멀어지고 토라졌다고 쌀쌀한 바람이 부는 것이며, 다시 조금 가까워지고 곡식을 자라게 해준다며 고마워하는 것이며. 태양과 지구가 이럴진대. 우리는, 나는 사소한 거리감과 친밀감에 누군가를 원망하고 또 사랑했던 것은 아닐까. 습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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