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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의500자

현우의500자 _20

#현우의500자 _20


오른쪽, 왼쪽이 없는 슬리퍼가 있다. 찾아보아도 어느 쪽이 오른쪽인지, 왼쪽인지 알 수 없을 때는 오른발이 들어가는 쪽이 오른쪽이다. 한참을 신다가 벗어두었다. 벗어둘 때 잘못 벗어둔 탓인지 집에 돌아와 신으려고 해보니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엄지발가락 옆을 누르는 미묘한 힘의 변화를 느껴 발을 보면 슬리퍼는 멀뚱멀뚱 왜 나를 쳐다보냐는 식으로 나를 올려보고 있다. 처음부터 네가 나에게 오른쪽, 왼쪽이라는 것을 정해주지 않았냐고, 네 상황이 바뀌었다고 나한테 왜 책임을 물으려 하냐고 따질 듯 하다. 정치적 입장은 그런 것이다. 사람이 태어나면서 부터 좌니 우니 하는 것이 정해져 있는 사람은 없다. 자신이 살아가면서 익숙해진 것에 좌와 우가 맞춰지는 것이다. 정해지지 않은 것에 우리는 이름을 붙이고 서로 반목하게 만들고 갈등하게 만든다. 그리고 가끔 자신이 취해오던 입장과 다른 입장에 빠지게 되면 어색함을 느낀다. 어색함을 느끼는 것, 이것이 때로는 바른 입장을 갖게 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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